
▲ 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백중을 ‘망혼일’이라고도 부른 이유는 돌아가신 부모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제례를 한 데서 유래했다. 정확히 말하면 불교의 ‘우란분절’이 중국에서 명절화한 것이니, 백중이 불교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란분절은 아귀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불제자 목건련이 7월 15일에 오미백과(五味百果)를 공양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어머니를 구하고 싶은 안타까운 심정을 생각하면 목건련이 얼마나 공을 들여 상을 준비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모든 종교는 무소유를 주장하고 베풀기를 강조한다. 불교 역시 불전에 공양하고, 타인에게 보시해 선업을 쌓기를 권한다. 그런데 종교의 건축과 미술이 세속에서는 값진 재료로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미얀마의 불교 공양구인 숭옥이 그렇다. 높은 그릇 받침과 탑처럼 뾰족한 뚜껑을 갖춘 특이한 용기를 미얀마에서는 숭옥이라고 부른다. 가야나 신라 토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나팔을 엎어 놓은 듯한 기대 위에 둥근 그릇을 만들어 속에 각종 공양물을 담게 만들었다. 이 숭옥은 먼저 그릇 전체에 주칠을 하고 그 위에 정교하게 장식 무늬를 만든 후 금칠을 해서 상당히 화려하게 보인다.
동남아 일부에서 칠기가 발달했는데 그중 한 곳이 미얀마다. 칠기는 기본적으로 옻나무 수액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옻나무가 자라는 지역에서만 만들 수 있다. 옻칠 용액을 만드는 과정도 길고 칠기를 만드는 일도 고된 작업이지만, 옻칠을 하면 내구성도 높아지고, 그릇에 광택을 주어 보기에도 좋기 때문에 다양한 재료에 활용됐다. 15세기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해 왕실이나 사원에서 애용된 미얀마의 칠기는 우리나라의 나전칠기와는 다르지만 그 화려함과 정교함은 남다르다.
미얀마 칠기는 겉면에 조각을 하고 색유리를 붙여 화려하게 꾸민 것이 많다. 가는 선으로 무늬를 파고 다른 색 안료로 선을 메우는 일종의 상감기법을 쓰거나, 반죽한 흙을 모양대로 붙여 장식하고 그 문양에 이 숭옥처럼 색유리를 붙이고 금칠을 해서 호사스럽게 꾸미기도 한다. 다른 나라 칠기에서는 보기 힘든 기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