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중요하나 달라진 변수 존재
무역적자 개선, 역전폭 확대도 경계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어제 새벽 금리를 올리면서 “앞으로 더 큰 폭의 인상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이 누적된 결과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뜻 보면 자이언트스텝을 또 예고한 것 같지만 핵심 의도는 후자에 있어 보인다. 지난 3월부터 숨가쁘게 금리를 올려 온 만큼 이제는 경기 상황 등을 봐 가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심산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기업들의 투자 위축 등 침체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2주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금리가 0.25% 포인트씩 두세 달 오를 것으로 보는 시장의 예상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미 통화당국 수장의 발언에 비춰 볼 때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이 조만간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과거 금리 역전 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국내 순유입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는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상황이 아니었다. 이달 우리 국민의 기대인플레는 4.7%라는 사상 초유의 수치를 찍었다. 이미 달러당 1300원대를 넘은 원화 환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 가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물가 상승→환율 상승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지 않게 하려면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주장대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
성장세가 2분기(0.7%)에도 양호하긴 했으나 버팀목인 수출이 마이너스(3.1% 감소)로 돌아서 위태위태하다. 경기, 물가, 가계빚, 외국인 이탈이라는 고난도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당장은 한미 금리 역전폭이 너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넉 달 연속 적자가 확실한 무역수지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길게는 규제 개혁 등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어제 규제혁신회의에서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 5년 내내 (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