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檢 편중 인사에 “과거엔 민변 도배”라는 윤 대통령

[사설] 檢 편중 인사에 “과거엔 민변 도배”라는 윤 대통령

입력 2022-06-08 20:34
수정 2022-06-09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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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민변 사랑’ 반면교사 삼을 일
특정 직역 ‘집단 무오류 사고’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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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며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며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아침 출근길에 국민들 귀를 확 잡아끄는 말을 했다. 전날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하면서 달궈진 검찰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받아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편향 인사를 빗대 “그에 비하면 편중이 아니다”라는 반박이다. 굳이 진위부터 따진다면 윤 대통령 발언은 일단 사실에 가깝다고 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와 각 부처뿐 아니라 사법부와 상당수 공공기관의 요직에 이들 진보성향 사회단체 인물들을 앉혀 거센 논란을 낳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당장 문제가 된 금감원장 자리만 해도 집권 2년차인 2018년 3월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의 김기식씨를 임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참여연대 출신 3각 편대를 구축해 “참여연대 공화국이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 신임 원장이 공인회계사 자격을 갖춘 검찰 내 대표적 경제·금융 전문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한 이력 등으로 볼 때 금감원장으로 적임이라 판단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이 신임 원장의 적격 여부가 윤 대통령의 검사 중용 인사의 타당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윤 대통령 주변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6명을 포함해 13명의 전직 검사들로 채워졌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는 검찰 중용이다. 윤 대통령의 어제 발언 중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선진국들도 법무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나”라는 언급이다. 법을 전공한 사람이 힘 있는 자리에 많이 가는 게 법치국가라고 믿고 있는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검찰 집단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을 떠나 국정을 설계하고 추진해 나갈 정부 요직에 특정 직역이 다수 포진할 경우 자칫 그 정부는 편향된 집단 무오류 사고의 함정에 빠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는 곧 정책의 실패, 정부의 실패로 이어진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 이념적 색채가 강한 시민사회세력이 주축이 된 문 정부가 부동산과 일자리 등에서 숱한 실패를 거듭한 것도 이런 집단적 무오류 착각에 기인한다. 전임 정부의 ‘민변 사랑’은 새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을 사안이지 검찰 편중 비판을 반박할 구실로 삼을 일이 아니다. 정권 교체를 택한 국민의 뜻이 지난 정부의 맞은편에 서라는 건 아니지 않은가.

2022-06-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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