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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심장으로 살아난 그 남자, 친구 9차례 찌른 흉악범이었다

돼지 심장으로 살아난 그 남자, 친구 9차례 찌른 흉악범이었다

최선을 기자
입력 2022-01-14 13:22
업데이트 2022-01-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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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진행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와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 2022.01.11 AP 연합뉴스
수술을 진행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와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 2022.01.11 AP 연합뉴스
피해자 누나 “그는 결코 영웅 아냐”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아 살아난 환자가 34년 전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의 가족은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부르는 게 가슴 아프다”며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은 34년 전 22살인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찔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베넷은 1988년 4월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고교 동창 슈메이커를 흉기로 9차례나 찔렀고, 재판에서 의도적 살인 기도 등 중범죄 혐의는 벗었으나 폭력과 흉기 은닉·소지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슈메이커는 장애인이 됐고, 19년간 휠체어 생활을 하다 2007년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슈메이커의 누나는 “돼지 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획기적인 과학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그는 새 심장으로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심장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메릴랜드대 의대와 의료센터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동물의 심장을 베넷에게 이식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심장질환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베넷은 수술 7일째인 13일 현재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상태로 회복 중이고, 이번 이식은 의학계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베넷의 과거 범죄가 밝혀지면서 흉악범에게 의료 기술로 삶의 기회를 주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WP는 현재 10만 6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장기 이식 대기 명단에 있고 매일 17명이 이식받지 못해 죽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베넷의 이번 수술과 관련한 비용은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새로운 치료법의 시험 적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메릴랜드대 병원 측이 전액 부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슈메이커의 누나는 동생의 치료비 등을 위해 베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40만 달러(약 4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메릴랜드대 측은 베넷의 범죄경력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베넷의 범죄 경력 논란에 대해 그의 아들은 “아버지 과거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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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릴랜드대 의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완료한 가운데, 의료진이 이식에 사용된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가 지난 7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완료한 가운데, 의료진이 이식에 사용된 심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볼티모어 메릴랜드대 의대 제공
최선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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