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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범 내려온다…병 몰아낸다

임인년 범 내려온다…병 몰아낸다

김정화 기자
입력 2021-12-30 22:56
업데이트 2021-12-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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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과 호랑이

10만여년 이전부터 한반도에 서식 확인
남한 1940년대·북한 1987년 마지막 포획
역병 못지않은 두려움에도 경외심 가져
용맹함 상징한 영물… 산군으로 대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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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신문 DB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신문 DB
십이간지 동물 중 호랑이만큼 한국인에게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동물이 또 있을까. 1988 서울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전 세계에 뽐낸 한국의 캐릭터는 ‘호돌이’와 ‘수호랑’이었고, 2020 도쿄올림픽 한국선수단의 캐치프레이즈는 ‘범 내려온다’였다. 대한민국 육군의 마스코트는 군모를 쓰고 있는 ‘호국이’고, 축구 국가대표팀은 상징 엠블럼을 태극 마크에서 호랑이로 바꿨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호랑이 중에서도 검은 호랑이의 해다. 십간 중 아홉 번째인 ‘임’이 검은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호랑(이)’이라는 용어는 범과 이리를 뜻하는 호(虎)와 랑(狼)에서 비롯했다. 원래 무서운 동물을 의미했지만, 후대로 가면서 범이라는 특정 동물을 일컫는 단어로 굳어졌다. 범은 호랑이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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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용맹함을 자랑하는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현대까지도 호돌이 등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캐릭터로 활용돼 왔다.  서울신문 DB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용맹함을 자랑하는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현대까지도 호돌이 등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캐릭터로 활용돼 왔다.
서울신문 DB
전 세계에서 호랑이는 아시아 대륙에만 분포해 있었는데, 한반도에서는 적어도 10만년 이상 사람과 함께 살아왔다. 충북 청주 두루봉 동굴유적에서 발견된 호랑이 뼈는 12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호랑이는 오랫동안 한민족과 함께했지만,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포호정책과 일제강점기 해수구제정책 등 맹수 사냥의 여파로 20세기 후반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남한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잡힌 것은 1940년대다. 북한에서는 1987년 자강도에서 수컷 호랑이가 포획됐다.

수천년간 호랑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은 양가적이었다. 우선 사람을 해치는 파괴력에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꼈다. 호랑이에게 해를 입는 것, 즉 호환(虎患)을 역병 못지않은 재앙으로 여겼을 정도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힘과 용맹함을 사랑하고 부러워했다. 때문에 호랑이는 영험한 동물로 대접받았고, 산신령이나 산군으로도 여겨졌다. 선조들은 호랑이가 많이 나오는 지역 또는 호랑이의 형상을 한 지역을 일컬어 범골 마을, 복호봉, 범바위 등으로 불렀다. 여기서 호랑이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을 대변해 징벌받는다는 의미일 때도 있고, 반대로 신성성이 강조돼 마을 주민들을 보호하는 의미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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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용맹함을 자랑하는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현대까지도 수호랑 등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캐릭터로 활용돼 왔다.  서울신문 DB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辟邪)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용맹함을 자랑하는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현대까지도 수호랑 등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의 캐릭터로 활용돼 왔다.
서울신문 DB
그만큼 우리 문화에서도 익숙하고 관련이 깊다. 고조선 단군신화에서 환웅의 배필 자리를 차지한 것은 곰이었지만, 전통 풍습과 민속에서는 호랑이가 훨씬 많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그림이나 부적 등에 새겨져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의 수단으로 쓰였다. 새해 첫날 호랑이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세화(歲), 단오에 쑥으로 호랑이 형상을 만드는 애호(艾虎) 등은 모두 범의 용맹함에 기대 불운을 막으려 했던 조상들의 풍습이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범굿’을 지내기도 했다.

전통문학이나 설화 등에서도 호랑이는 매우 자주 등장한다. 구비문학 자료를 모은 한국구비문학대계에 따르면 십이지와 관련한 설화 1283건 중 호랑이와 관련된 게 501건으로 약 40%에 달한다.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팥죽할멈과 호랑이’ 등 제목만 들어도 낯익은 각종 전래동화에서 복합적인 모습으로 읽혔다. 설화 속 호랑이는 때로 인간과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 소통하고 선한 사람의 은혜를 갚지만, 때로는 포악하고 어리석으며 우스꽝스럽다.

호랑이를 둘러싼 각종 단어, 속담, 고사성어도 여럿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처럼 현재까지도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 많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임인년 호랑이띠 해를 맞이해 3월 1일까지 ‘호랑이 나라’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과거 혼례 때 신부의 가마에 덮곤 했던 호피 모양 천, 상여 장식에 조각한 호랑이 모양 인형 등 각종 전시품을 선보인다. 호랑이의 민족답게 고위 관리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호랑이를 큰 상징으로 썼음을 알 수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1-12-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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