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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에 앳된 ‘미성년 리얼돌’ 수입 막았지만… 음란물 기준은 과제

150㎝에 앳된 ‘미성년 리얼돌’ 수입 막았지만… 음란물 기준은 과제

강병철, 곽진웅 기자
입력 2021-11-25 18:00
업데이트 2021-11-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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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6세 미만 형상’ 금지 기준 제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등 범죄 요건 고려
미성년자 본떴는지는 사안별 판단 필요
법조계 “명확한 기준 만들어 혼선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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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성인 신체를 본뜬 리얼돌 수입은 가능하다는 이전 판결과 달리 “미성년 형태의 리얼돌은 풍속을 해친다”며 수입통관 보류 조치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단을 25일 내놓았다. 사진은 경기 파주의 한 물류창고에 전시돼 있는 리얼돌 모습. 뉴스1
대법원이 성인 신체를 본뜬 리얼돌 수입은 가능하다는 이전 판결과 달리 “미성년 형태의 리얼돌은 풍속을 해친다”며 수입통관 보류 조치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단을 25일 내놓았다. 사진은 경기 파주의 한 물류창고에 전시돼 있는 리얼돌 모습.
뉴스1
대법원이 25일 16세 미만 미성년자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던 리얼돌의 ‘수입 금지 기준’을 처음으로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국회와 여성가족부, 세관 당국 등은 관련 입법과 정책, 통관 기준 등을 손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판결은 법정에서 다뤄진 리얼돌 사건 중 미성년 여성의 신체를 본떠 문제가 된 첫 번째 사례다. 문제가 된 제품은 전체 길이가 150㎝, 무게가 17.4㎏으로 얼굴 부분이 앳되게 표현됐다. 또 성기 부분이 음모가 없는 형태로 구현돼 있고 가슴과 엉덩이 부분은 과장되게 만들어졌다.

수입업자 A씨는 이 리얼돌이 자위기구일 뿐 인체 특징이 세세히 표현되지 않아 사람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자위기구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이미 나왔기에 인천세관의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6월 성인 형태의 리얼돌은 수입통관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1·2심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물품의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얼굴과 신체를 미성년자로 묘사한 리얼돌은 수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미성년자와 성인에 대해서 범죄 성립 요건 등을 다르게 보는 현행 법률 체계에 근거한 것이다.

형법 304조 1항은 성인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동의가 있었더라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 성인이 아동·청소년처럼 꾸며 출연한 영상 등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보는 아동·청소년 성보호법도 고려했다.

특히 대법원은 리얼돌이 16세 미만 신체를 본뜬 것인지 여부는 개별 사안마다 외관과 묘사 등을 종합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관 당국은 현장에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세부 기준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리얼돌 수입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과 제도 마련도 불가피해졌다.

리얼돌과 관련해 남은 대법원 판결도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리얼돌 수입업체가 김포공항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을 심리 중이다.

앞서 1심과 2심은 리얼돌이 ‘체험방’ 등 유사 성매매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세관당국이 실제 사용처나 유통과정도 엄격히 따져 봐야 한다는 취지다.

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미성년 형상의 리얼돌을 이용한 성행위는 인격 말살에 가깝다. 법원의 판단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미성년자 표현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명확한 기준을 확립해 시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곽진웅 기자 kjw@seoul.co.kr
2021-11-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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