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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법원, 성범죄자에게 “마을 여성 옷빨래” 황당 명령

인도 법원, 성범죄자에게 “마을 여성 옷빨래” 황당 명령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9-25 09:28
업데이트 2021-09-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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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업 종사 강간미수범 보석 인용

인도 북부 하리드와르의 갠지스강에서 12일(현지시간)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멜라’에 참가한 수만 명의 신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목욕 의식을 하고 있다. 2021.4.12  EPA 연합뉴스
인도 북부 하리드와르의 갠지스강에서 12일(현지시간)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멜라’에 참가한 수만 명의 신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목욕 의식을 하고 있다. 2021.4.12
EPA 연합뉴스
인도 법원이 강간 미수 남성을 보석으로 풀어주는 대신 6개월간 마을 여성들의 옷 빨래를 명령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비하르주 법원은 현지시간 지난 22일 강간 미수범 랄란 쿠마르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6개월간 같은 마을 여성 2000명의 옷을 무료로 세탁하고 다림질 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4월 강간미수 등 혐의로 구속된 쿠마르는 본래 세탁업 종사자로 빨래에 드는 세제는 자비로 구입해야 하지만, 성범죄자에게 여성들의 옷을 맡기는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마을 자치회장인 나시마 카툰은 “역사적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여성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존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성범죄는 매우 심각하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2만 8046건, 하루 평균 77건의 강간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2012년 뉴델리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신체가 훼손돼 숨진 여대생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는 듯했던 인도의 성범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잔혹하며 처벌 역시 미미하다.
인도 여성들. 연합뉴스
인도 여성들. 연합뉴스
성차별·계급차별에 강간 살해까지
1948년 법령으로 카스트에 근거한 차별이 금지됐지만 뿌리 깊은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에 ‘명예’를 붙이며 정당화한다. 계급이 낮은 여성은 성폭력에도 더 많이 노출된다.

인도 여성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최하층 ‘달리트’ 여성들은 성차별, 계급 차별, 경제적 궁핍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갓난아기부터 90대 할머니까지 여성이 피해자인 사건은 지난해 총 40만건이며 이 가운데 성범죄는 무려 10%, 하루 평균 90건이 발생한다.

인도 내 일부 주 정부는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 강력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21일 만에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여성인권이 열악하기에 그 실효성은 미지수다. 실제 유죄 판결을 받는 비율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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