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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서울의 방역 풍경/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열린세상] 서울의 방역 풍경/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입력 2021-08-19 17:34
업데이트 2021-08-2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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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김세정 SSW 프래그마틱 솔루션스 변호사
서울에 잠시 다녀왔다. 코로나 이전 시대처럼 비행기표와 여권만 챙겨 훌쩍 가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다. 준비하고 제출하고 출력해서 챙겨 가야 할 서류가 잔뜩이었다. 입국을 위한 통상의 절차에 준비한 서류 제출 및 확인, 연락처 확인, 휴대전화에 코로나 관련 앱을 깔기, 안내문 수령 등 방역 관련 절차가 더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행정 부담이 많이 더해졌겠구나 싶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타기 위해서는 PCR 검사를 받고 음성이라는 결과를 지참해야 한다. 도착하면 당일이나 그다음날 다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입국한 지 일주일 정도 경과한 다음 또다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즉 해외에서 입국하여 별일 없이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세 번의 코로나 검사를 거치고 음성이라는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및 영국에 도착한 후에 받아야 하는 검사까지 합하면, 짧은 방문을 위해 총 다섯 번의 PCR 검사가 필요한 셈이다.

일정 기간 휴대전화에 깔린 자가진단 앱을 통해 매일 이상 증상 유무를 체크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거기에 더해 하루에 한 차례씩 전화를 받게 되는데, 인간이 아니라 AI(인공지능)와 질의 응답을 한다. 질문은 자가진단 앱의 체크 항목과 완전히 동일하다. 대화 내용은 어떻게든 기록이 되는 모양이어서, 만일 대답이 시원찮거나 수상하면 이번에는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전화한다. 이중삼중의 감시다. 행정력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가뜩이나 확진자 수에 예민한 상황이므로 누군가는 철저하다며 좋아할 수도 있을 듯하다. 만일 해외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면 아예 못 오게 하자는 목소리가 드높아질 것이니 그럼 큰일이다. 안 가도 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한국에 가야만 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따를 뿐.

다들 어디서든 철통같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국에서는 한참 방역 관련 규제가 강하게 시행되던 때도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직접적인 비말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야외에서도, 주위에 사람이 없어도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니, 이 역시 비합리적이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정해진 규칙이고, 만일 쓰지 않으면 어디서 지적하고 비난하는 외침이 날아들어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무덥고 습한 날씨에 대단들 하다 싶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주 어린 아이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역시 영국의 경우를 보자면 11세 미만 아동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면제되었고 3세 미만의 아기들에게는 아예 안전 등을 이유로 씌우지 말도록 권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위험보다는 마스크로 인해 정서적·신체적 발달이 제한될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겠다. 한국의 경우 유모차에 탄 어린이들조차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과연 어린 아기들의 마스크 착용과 관련하여 어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편 생활 곳곳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가 하면 꼭 그렇지 않은 면도 없지 않았다. 식당 등 영업장소에 들어가면 매번 QR 코드를 찍거나 수기 장부를 적도록 하는데, 공동으로 사용하는 펜을 사용하고 나서 손을 소독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만졌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다음에도, 문 손잡이를 잡은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소독하거나 닦지 않은 손으로 자리에 앉아 마스크를 벗고 반찬을 같이 집어먹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리 넓지 않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거기에다 술이라도 마시며 격하게 이야기 나눈다면, 아무리 열심히 마스크를 쓴들 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몇 차례 전면적 록다운을 시행했던 영국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면서 그 일상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며칠만 경험해도 사람을 꽤나 지치게 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성과에 취하거나 조급해하기보다 비합리적이거나 불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잠시 살펴보고 꼭 해야 할 일, 안 해도 될 일들을 새로 계획할 시점은 아닐까.
2021-08-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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