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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부터 전사와 강제결혼…女리스트 만드는 탈레반 [김유민의돋보기]

12세부터 전사와 강제결혼…女리스트 만드는 탈레반 [김유민의돋보기]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1-08-17 14:03
업데이트 2021-08-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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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부터 45세 미만 여성 목록 작성
이슬람 무장세력과 강제로 결혼시켜
믿을 수 없는 유화정책… 인권 탄압

아프간 모델 비다 사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재배포 및 DB 금지
아프간 모델 비다 사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AP연합. 재배포 및 DB 금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하면서 수도 카불의 거리에는 여성들이 자취를 감췄다. 탈레반은 전사와 결혼 시킬 12세부터 45세 미만의 여성 목록을 만들고 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을 때 그들은 이슬람 율법에 대해 엄격한 해석을 하는 샤리아 법을 시행했다. 법보다 강력한 권위를 가지는 종교 칙령에는 ‘12세 소녀부터 45세 미만의 과부를 정부가 소유하게 해 이번 점령에 기여한 전사들에게 선물해준다’라고 적혀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강제 결혼당하며 인권을 탄압받고 있다. 12세 소녀도 피해갈 수 없다. 여성들은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 집을 떠날 수 없고, 일을 하거나 공부할 수도 없다. 입고 싶은 옷을 선택할 수도 없다.

규칙을 어긴 여성들은 탈레반의 종교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고, 공개 처형을 당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25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집을 떠났고 그 중 80%가 여성과 어린이 였다.

탈레반 통치 당시 카불에서 온 26세 여성인권 운동가인 자르미나 카카르는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데리고 나가 잠시 얼굴을 노출했다는 이유로 탈레반 전사에게 채찍을 맞았던 때를 기억했다. 그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탈레반이 집권하면 우리는 암흑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탈레반 반대 외치고
해외에선 탈레반 반대 외치고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면서 국제 정세가 긴박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앞 라피엣 광장에서 아프간 출신 시민들이 탈레반의 아프간 정권 재장악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아이스크림 사러 나갔다고 채찍 맞아
현재 카불의 상점, 기업, 관공서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탈레반은 “히잡(머리카락만 가리는 스카프)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를 가질 수 있고, 혼자 집 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할 것”이라며 유화 정책을 내세웠지만 시민들은 과거 암흑기를 기억하며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출근하지 않은 남성 노동자들도 집마다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아프간 북부 쿤두즈의 한 병원 입구 벽면에는 “직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탈레반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경고성 안내문이 붙었다.

카불 시내 한복판에는 미용실이나 결혼식 광고 속 여성 사진들에 흰 페인트가 덧칠해졌고, 아프간 방송에선 뉴스와 드라마가 사라지고 광고 없는 종교프로그램만 방영되고 있다. 탈레반은 카불을 장악한 뒤 곳곳에 검문소를 세우고 아프간 경찰과 미군이 버린 차를 탈취해 탈레반 깃발을 달고 타고 다니며 순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인간과 동물의 그림을 허용하지 않고 음악과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을 금지해온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앞으로 어떻게 통치할지를 엿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민간인 640명을 태운 미 공군 수송기 C-17 내부 모습.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서 아프간 민간인 640명을 태운 미 공군 수송기 C-17 내부 모습.
아프간 출신 모델 “도와주세요”
아프가니스탄 출신 모델 비다는 탈레반에게 항복한 모국을 걱정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비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다른 나라로 떠났고, 비다의 부모님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비다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그의 친척들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다.

비다는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21년인데 나라가 이렇게 된 걸 보니까 너무 마음 아프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뉴스에 나온) 사진도 제대로 못 본다”고 했다.

비다는 “어머니가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많이 슬퍼하시더라. 어머니의 가족, 친척들은 집에서 못 나가는 상태니까 더 슬퍼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의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 가족들과의 전화 연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12살 여자 아이를 탈레반과 결혼시키는 집단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여자를 도울 수 있느냐. 아무것도 못하게 할 거고, 돈을 벌 수 없으니 밥도 못 먹을 것이다. 희망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취직했다는 이유로 테러당해 실명한 아프간 여성 경찰
취직했다는 이유로 테러당해 실명한 아프간 여성 경찰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주를 받은 탈레반 괴한들로부터 두 눈을 공격받아 실명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카테라(33). 카테라는 경찰이 된 지 3개월 만에 끔찍한 범죄 피해를 입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12일 수도 카불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020.11.11
로이터 연합뉴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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