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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니까 청춘이다… ‘3000원 밥상’ 차린 신부님

배고프니까 청춘이다… ‘3000원 밥상’ 차린 신부님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5-03 21:00
업데이트 2021-05-0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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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 문간’ 운영 중인 이문수 신부

굶주림으로 세상 떠난 청년의 죽음 계기
김치찌개 1인분에 3000원 식당 만들어
사회적 낙인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
“이달 말 2호점 예정… 더 많이 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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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위해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파는 서울 성북구 식당 ‘청년밥상 문간’에서 이문수 신부가 지난 1일 로만 칼라 복장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김치찌개를 나르고 있다.
청년들을 위해 김치찌개를 3000원에 파는 서울 성북구 식당 ‘청년밥상 문간’에서 이문수 신부가 지난 1일 로만 칼라 복장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김치찌개를 나르고 있다.
두부와 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김치찌개가 3000원, 무한리필 공깃밥은 공짜. 물가 비싼 서울에서 1000원짜리 지폐 3장으로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에 있는 ‘청년밥상 문간’이다. 이곳을 찾는 10명 중 6~7명은 주머니 가벼운 10~30대 청년들이다.

지난 1일 이 식당에서 만난 프리랜서 신도영(29)씨는 “여기 오면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위로를 받는다”면서 “자취를 하면 간단히 때울 때가 많은데 3000원에 든든한 집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시험 준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못하고 자취를 한다”는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월 100만원 안에서 생활하려다 보니 끼니를 거를 때도 있다”며 “이 식당은 취직할 때까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든든한 인심을 자랑하는 청년밥상 문간의 사장은 이문수 신부다. 그는 “2015년 6월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어느 청년이 굶주린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고 2017년 식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것이 이 신부의 ‘경영철학’이다. 무료로 나눠 주는 양말도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출입구 바로 앞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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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입구에는 필요한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는 양말이 놓여 있다.
식당 입구에는 필요한 이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는 양말이 놓여 있다.
이 신부의 바람대로 이 식당은 청년들 사이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 경기 시흥시에서 친구와 방문한 고등학생 김서희(19)양은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면서 “평소 밥값이 부담됐는데 다음에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 송하윤(14)양도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밖에서 사먹기엔 비싼 음식인데 떡볶이나 햄버거만큼 저렴해서 좋다”고 말했다.

하루 100명의 손님이 찾아오면 식재료값을 충당하고 적자가 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엔 하루 손님이 30명대로 떨어져 음식이 남는 날이 많았다. 다행히 이 신부가 지난달 tvN 예능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면서 식당의 취지가 알려지자 매일 100명이 넘는 청년들이 문간을 드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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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두부를 포함한 김치찌개’는 3000원, ‘공기밥 무한리필’이라고 적힌 메뉴판.
‘고기와 두부를 포함한 김치찌개’는 3000원, ‘공기밥 무한리필’이라고 적힌 메뉴판.
여느 대학가 맛집처럼 벽 한쪽에는 “잘 먹고 간다”는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오늘 또 세 그릇 먹었습니다”라는 장난 섞인 후기부터 “모두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이라는 따뜻한 응원 문구도 있었다.

이 신부는 ‘사업 확장’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르면 이달 말 이화여대 인근에 2호점을 열 예정”이라며 “최대한 여러 곳에 청년밥상을 열어 청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1-05-0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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