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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오는 월요일 집단면역 달성”…이면엔 깊은 ‘상흔’

“영국, 오는 월요일 집단면역 달성”…이면엔 깊은 ‘상흔’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4-10 20:50
업데이트 2021-04-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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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3만명 육박…역대 최악의 GDP 하락

1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의 성 토마스 병원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2021.3.19  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의 성 토마스 병원에 마련된 접종센터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2021.3.19
AP 연합뉴스
UCL 연구진 “인구 4분의 3 면역력 보유”
백신 외 유럽 내 누적 감염자 수 2위 덕


영국이 코로나19 집단면역에 근접했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흔이 너무 깊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게다가 현재의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영국인 절반 이상 백신 1회 이상 접종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오는 12일이면 백신 접종이나 과거 감염으로 항체를 가지게 된 영국인이 전체 인구의 4분의 3에 달해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집단면역은 구성원 상당수가 면역력을 갖게 되면서 바이러스 확산이 더뎌지고 그 결과 면역력이 없는 사람도 보호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인구 중 어느 정도 비율까지 면역력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같은 권위자들은 대체로 인구 중 70~85%를 집단면역 기준선으로 본다.

블룸버그의 백신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인 절반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백신 접종률 14%를 훌쩍 앞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도 12일부터 헬스장, 도서관, 놀이공원 등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식당과 술집도 실외영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영국 GDP -9.9%…금융위기 2배 하락 폭
2020년 11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에 영국 런던의 린든홀 상가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거리가 한산했던 모습. 2020.11.19  AP 연합뉴스
2020년 11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에 영국 런던의 린든홀 상가의 가게들이 문을 닫아 거리가 한산했던 모습. 2020.11.19
AP 연합뉴스
그러나 영국이 빠르게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이어진 처절한 방역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발빠른 백신 접종에 힘입은 점도 있지만, 광범위한 감염 때문에 항체 보유 인구가 상당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뼈아프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2만 7284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도 438만 167명으로, 프랑스 다음으로 많다.

보건 실패와 함께 영국 경제도 유례없는 타격을 받았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0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무려 9.9% 감소했다.

영국 경제성장률의 이같은 하락 폭은 사상 최악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4.1%)보다도 두 배나 높다.

현재 면역력 지속기간 최대 관건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 병원의 한 병동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1.1.27  AP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 병원의 한 병동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021.1.27
AP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UCL의 집단면역 분석 모델이 틀렸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신의 효능을 과대평가했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기존 면역력이 무력화할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행 백신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이 무력화되더라도 면역세포 활성을 통해 감염력을 떨어뜨리거나 중증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다만 백신이나 감염을 통해 보유하게 된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집단면역 유지와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앤 코리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코로나19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면역력이 감소하면 형성된 집단면역도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갖춘 영국인이 4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집단면역 임박설을 뒷받침하는 UCL의 73.4%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영국이 유럽의 여타 국가들보다 백신 접종률이 높고 누적 확진자도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단면역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는 점만큼은 확실하다.

영국 의료조사업체 에어피니티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맷 린리는 “집단면역에 도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따금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며 이를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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