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학폭은 폭로하면 사과받지만… 일반인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유명인 학폭은 폭로하면 사과받지만… 일반인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손지민 기자
입력 2021-02-17 21:56
수정 2021-02-18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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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트라우마 남아 있는데
그때 그 녀석 어디서 살고 있는지”

일반인은 학폭 사건 공론화 어려워
학교 측 피해자 상처 보듬지 못해
무늬만 징계… 피해자보호법 바꿔야
“학교폭력 폭로자들이 부럽습니다.”

지난 15일 온라인 게시판 ‘네이트 판’에 학교폭력 피해를 털어놓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배구계뿐만 아니라 연예인, 운동선수, TV에 나오는 유명 일반인 등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의 학폭 전력이 폭로돼 ‘학폭 전과자’로 낙인찍힌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며 “20년 전 중학교 시절 학폭 피해로 아직 트라우마가 남았는데 그때 그 녀석은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배구계 학폭이 공론화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자신의 학창 시절 학폭 피해를 공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공인인 사건과 달리 일반인의 학폭 사건은 공론화가 어려워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린다.

성인이 된 피해자들이 뒤늦은 익명 폭로에 나선 것은 피해 당시 학교가 피해자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제대로 보듬지 못하고, 학폭 사건을 미흡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유명인이라면 학폭 전력을 공론화하고 사과와 보상 등 후속 조치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인인 경우 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SNS에 학폭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은 “나도 가해자들을 공론화하고 싶은데 공론화할 만큼 유명해진 사람도 없고, 다 평범하게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잘만 살아 억울하고 분통 터진다”고 적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온라인 익명 공간에서 피해를 호소하게 된 것은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학교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녀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 어렵거나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려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해 체념하게 되는 등 원인은 다양하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어 가해자를 징계하는 과정이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간혹 아이들의 상태보다는 절차적으로 ‘사건 처리’에만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경우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어 학교와 교사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장은 “학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기 어려워 처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가해자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려도 같은 학교에 있는 이상 화장실, 급식실에서 사건 당사자와 계속 마주치기도 한다. 무늬만 징계인 현행법을 실효성 있는 피해자보호지원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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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2021-02-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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