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주소·계좌·연인과 갔던 모텔도 노출
이용자들 “AI 개발 동의 안 해” 법적 대응
“대화서 특정인 식별 가능 땐 위법 소지”
이루다의 개발사인 스캐터랩은 11일 당사 앱인 ‘연애의 과학’ 사용자들에게 “이루다의 학습에 연애의 과학 데이터를 활용한 것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연애의 과학은 사용자들이 5000원 정도를 내고 연인과 나눈 실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올리면 이를 바탕으로 연인과의 친밀도를 분석해 제공한다. 스캐터랩은 이 대화 데이터 100억건을 AI 이루다에게 학습시켰고, 이루다가 진짜 친구나 연인처럼 사용자의 말에 반응하는 비결이 됐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연애의 과학 유료 이용자들은 “카톡 대화를 제공한 건 심리테스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지 AI 개발에 쓰라고 동의한 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루다가 사용자와 대화하면서 특정 개인의 이름과 주소, 계좌 정보, 특정인이 재학 중인 학교 및 직업, 연인과 함께 갔던 모텔 등 숙박업소의 이름 등 내밀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캡처 화면 등을 증거로 모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캐터랩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정성용 변호사(법무법인 의담)는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된 정보로 특정인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이를 제3자에게 유출한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활동하는 김가연 변호사는 “개인정보취급방침을 고지한 것과는 상관없이 만약 사용자가 카카오톡 대화를 제공할 때 수집·이용 등의 목적을 알리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었다면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