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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밀고 말기 암이라더니 거짓말…英 20대, 철창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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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12-24 05:48 국제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말기 암 투병 중이라며 토니 스탠던이 공개한 사진.

▲ 말기 암 투병 중이라며 토니 스탠던이 공개한 사진.

SNS·언론에 “죽기 전 결혼식 소원”
약 1200만원 모금…친구들 십시일반


영국에 사는 29세 여성 토니 스탠던은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기 암 투병 사실을 고백했다. 눈 밑이 초췌해져 병색이 완연한 얼굴을 찍은 사진도 함께 올렸다.

이후 긴 머리를 완전히 밀고 민머리로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말기 암 아버지 손 잡고 결혼식 입장하고파”

토니는 말기 암으로 온 몸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자신의 아버지 데렉(57)도 역시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결혼식에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토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친구들은 토니가 남자친구 제임스(25)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며 기부금 모금을 위한 사이트 ‘고펀드미’에 페이지를 개설했다.

사연이 알려지면서 토니는 “암이 뇌와 뼈 등 온 몸에 퍼져 장기들이 제 기능을 못 한다”면서 두 차례 언론 인터뷰까지 했다.

토니의 간절한 호소에 총 8500파운드(약 1260만원)가 모금됐다.

결혼식 하루 전날 아버지 세상 떠나
父 영상메시지에 결혼식장 울음바다
건강하게 일어서서 웃으며 농담까지
토니 스탠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기 암 투병 사실을 전하며 함께 올린 사진.

▲ 토니 스탠던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기 암 투병 사실을 전하며 함께 올린 사진.

그러나 토니의 안타깝고 애절한 암 투병 사연은 황당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말기 암 환자답지 않은 모습이 이어지자 친구들이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여름 토니의 소원대로 결혼식이 치러졌지만,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할 수 있기를 그토록 원했다는 아버지는 전날 세상을 떠난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생전에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남겨 결혼식장이 울음바다가 됐는데, 정작 토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서서 감사 인사를 했다.

하객들은 “어머니와 남동생은 비통해하고 있는데 토니는 일어서서 농담까지 섞어가며 감사 인사를 했다”, “사연을 들은 유명 축구선수가 보내온 영상 메시지를 보며 내내 웃고 있었다”며 전혀 슬퍼하지 않는 토니의 모습을 전했다.

“축의금 꼼꼼히 챙긴 뒤 신혼여행
…코로나 봉쇄에도 유럽 각국 여행”
의심한 친구들이 추궁하자 결국 실토


또 다른 목격자는 토니가 결혼식이 끝난 뒤 하객들이 낸 축의금을 꼼꼼히 확인하고서야 터키로 신혼여행을 꺼났다고 증언했다.

무직인 토니는 코로나19 봉쇄에도 남편과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유럽 각국을 여행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결국 토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토니는 지난달 열린 재판에서도 모든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주 유죄 판결이 나왔고, 현재는 구속기간에 대해 심리 중이다.

법원은 토니의 거짓 행각이 지인들을 충격에 빠뜨린 철저한 배신 행위라고 규정하며, 토니가 챙긴 기부금 중 2000파운드가량을 다시 돌려주라고 판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의 대학 친구로서 525파운드(78만원)를 기부한 체릴 애스턴(33)은 “오스카상을 탈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였다. 모두들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말기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말에 다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도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심지어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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