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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이 치매 부른다? ‘넛지’가 행동을 악화시킨다?

‘멀티태스킹’이 치매 부른다? ‘넛지’가 행동을 악화시킨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0-10-28 17:24
업데이트 2020-10-2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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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뒤엎은 뇌신경과학 연구

스마트기기 함께 쓰는 시간 길어질수록
주의력 감소… 심하면 기억 왜곡될 수도


가벼운 개입으로 행동 유도, 실패 확률 커
우편·이메일·문자메시지 쓰면 효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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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과 청년들의 주의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강압적이지 않게 살짝 밀어주거나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넛지’ 효과는 최근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그렇지만 실제로 넛지는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크고 실제로 행동을 유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과 청년들의 주의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강압적이지 않게 살짝 밀어주거나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넛지’ 효과는 최근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그렇지만 실제로 넛지는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크고 실제로 행동을 유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상식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들을 말한다. 그렇지만 잘못 알려진 것은 물론 새로운 연구를 통해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경우도 자주 있다. 최근 뇌신경과학자들이 그동안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던 것들이 잘못됐음을 보여 주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잇따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UCSF) 의대 신경과학과, 뉴로스케이프, 신경과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들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0월 29일자에 발표했다. 미디어 멀티태스킹은 동영상이나 TV를 시청하면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검색, 음악 감상을 하는 것처럼 여러 종류의 디지털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행위다.

뇌신경과학의 발달로 기억과 관련한 비밀들이 하나둘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건망증이 생기는 이유, 사람마다 기억력에 차이가 있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연구팀은 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최근 출시되는 많은 스마트기기는 멀티태스킹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돼 출시되고 있으며 멀티태스킹을 21세기 인간의 특징이자 성공의 비결로 꼽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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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과 청년들의 주의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강압적이지 않게 살짝 밀어주거나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넛지’ 효과는 최근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그렇지만 실제로 넛지는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크고 실제로 행동을 유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제공
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받고 있다. 그렇지만 뇌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과 청년들의 주의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강압적이지 않게 살짝 밀어주거나 옆구리를 쿡 찌르는 것만으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한다는 ‘넛지’ 효과는 최근 10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아 왔다.그렇지만 실제로 넛지는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더 크고 실제로 행동을 유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 제공
연구팀은 18~26세 건강한 남녀 8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기억과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TV를 보면서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고 뇌파측정(EEG)과 동공 크기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이 끝난 뒤에는 TV 속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응답의 정확성을 측정했다. 또 주당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 비디오게임 사용량에 대한 설문조사와 함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주의집중력, 각종 정신장애 관련 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디어 멀티태스킹 시간이 길수록 심각할 정도로 주의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앤서니 와그너 스탠퍼드대 교수(인지심리학)는 “기억은 주의력이 전제돼야 하며, 집중한다는 것은 기억을 위한 필수 준비과정”이라며 “멀티태스킹은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 과정을 ‘해킹’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와그너 교수는 “멀티태스킹은 기억을 위한 신경신호를 감소시킨다”며 “심할 경우 기억이 왜곡되거나 치매와 비슷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런던 퀸메리대, 킹스칼리지 런던대, 독일 에어푸르트대, 막스플랑크 인간발달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강압적이지 않고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식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넛지’(Nudge)가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거나 가벼운 행동으로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뜻의 ‘넛지’가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개입’이라는 뜻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함께 쓴 책 덕분이다. 이후 많은 분야에서 넛지 효과를 이용한 행동개입이 활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넛지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심리학 및 뇌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인지과학 연구경향’ 10월 29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08~2019년에 발행된 65편의 연구논문들을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넛지가 행동을 개선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규범을 고치기 위한 넛지나 개인의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비슷한 집단의 사례를 들면서 비교하는 식의 넛지가 실패할 확률이 가장 크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넛지 수단으로 우편이나 이메일, 문자메시지를 활용할 경우 기대했던 효과를 이끌어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다 오즈먼 런던 퀸메리대 박사(실험심리학)는 “이번 연구는 성공의 지름길처럼 받아들여지는 넛지가 많은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고 있다”며 “넛지를 설계할 때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예산과 시간 절약은 물론 원하는 행동변화도 일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10-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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