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광복절 집회 재연 막은 차벽… ‘집회의 자유’ 논란은 못 막았다

광복절 집회 재연 막은 차벽… ‘집회의 자유’ 논란은 못 막았다

김정화, 신형철, 이하영 기자
입력 2020-10-04 22:32
업데이트 2020-10-05 04:5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방역” vs “기본권”… 개천절 집회 공방

이미지 확대
개천절인 지난 3일 경찰이 불법집회를 막으려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 경찰버스를 촘촘히 세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만여명의 경찰과 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지난 3일 경찰이 불법집회를 막으려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 경찰버스를 촘촘히 세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1만여명의 경찰과 버스 300여대를 동원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차량 집회 처벌, 행정권 남용”
국민의힘 “9대 막으려 경찰 1만명 동원”
한글날에도 12개 단체·50건 집회 신고
경찰 “10인 이상은 금지 통고… 엄단할 것”

지난 3일 개천절 보수우익단체의 집회를 막고자 경찰과 방역 당국이 서울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둘러싼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 역할을 한 광복절 집회와 달리 개천절 집회는 경찰의 원천 봉쇄 속에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지만, 소규모 차량 집회까지 막으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경찰은 개천절을 앞두고 광화문광장 주위에 경찰 버스 300여대로 차벽을 세운 뒤 펜스를 쳐 대규모 집회를 막았다. 경찰은 한강 다리 길목에 차량 검문소 90곳을 설치하는 등 시위대의 도심 진입을 원천 차단했다. 이를 위해 경찰 1만명이 동원됐다.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스루’ 집회 역시 대부분 금지 통고하고, 법원이 허가한 강동구 일대 9대 이하 차량시위만 허용했다. 일각에선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나온 ‘명박산성’에 빗대 ‘방역산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집회 신고를 한 보수 단체들은 물론 진보 시민단체에서도 정부가 과도하게 집회를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감염병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하지만,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집회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5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9일 공동 성명을 통해 차량 집회 처벌 방침은 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의 방침은 클레망 불레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 특별보고관이 4월 14일 발표한 코로나 시기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10대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해당 원칙에는 공중 보건 비상사태가 권리 침해의 구실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 위기가 일반적인 권리나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억압하는 구실로 사용되지 않을 것 등이 포함된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1년 “평화로운 집회·시위를 막고 집회 참가자들을 주위와 고립시킨다”며 경찰의 차벽 설치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에 “이유가 무엇이든, 불법집회나 방역 방해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경찰은 한글날에도 불법집회를 원천 봉쇄하고, 위험요인을 사전 차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주주의 자유지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개천절 집회 금지는 생명과 안전을 위한 매우 적당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독재 정권 당시 불심검문을 연상시킨다며 반발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고작 시위 차량 9대가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경찰 1만명에 경찰차 수백 대. 우리는 밀집해 있던 경찰분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비꼬았다.

경찰에 따르면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와 집회 건수는 12개 단체, 50건이다. 경찰은 “신고 집회 중 10인 이상 집회는 금지 통고했다”면서 “한글날을 포함한 주말 불법집회는 모두 엄단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20-10-05 9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