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홀로 살아남은 키치카 코로나19로 ‘삶의 행진 끝’

홀로코스트 홀로 살아남은 키치카 코로나19로 ‘삶의 행진 끝’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4-27 08:21
수정 2023-08-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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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동영상 캡처
BBC 동영상 캡처
나치의 잔학한 홀로코스트에 온가족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던 벨기에 유대인 앙리 키치카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벨기에에 남은 마지막 아우슈비츠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키치카가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브뤼셀의 요양원에서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아들 미셸은 페이스북에 부음을 올려 “작은 미물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치 군대 전체가 실패한 일을 성공시켰다. 우리 아버지는 죽음의 행진에서 살아남았는데 오늘 그에게 삶의 행진이 끝났다”고 알렸다.

고인은 지난 1월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우슈비츠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그 장소 자체가 죽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1926년 폴란드에서 유대인 차별을 겪은 가족이 이주한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나치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해 장악하자 그들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어져 1942년 나치가 폴란드 남부에 세운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앙리와 아버지는 한동안 노예 노동을 했던 반면, 어머니와 두 누이동생, 이모는 아우슈비츠에 끌려가자마자 가스를 마시고 불태워졌다.
앙이 키치카(오른쪽) 가족의 단란했던 한때. 앙리 키치카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앙이 키치카(오른쪽) 가족의 단란했던 한때.
앙리 키치카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홀로코스트에 온가족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앙리 키치카는 네 자녀와 아홉 손주, 열넷이 증손주 대가족을 이끌었다. 키치카 가족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홀로코스트에 온가족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앙리 키치카는 네 자녀와 아홉 손주, 열넷이 증손주 대가족을 이끌었다.
키치카 가족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일년 정도 아우슈비츠 생활을 했던 앙리는 1945년 옛 소련 군대가 중부와 동부 유럽에 흩어져 있던 나치 수용소들을 해방시키겠다며 진격하자 독일 수용소로 이송하기 위해 굶주린 수용자들과 함께 죽음의 행진에 참가했다. 전쟁이 끝난 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는 자신의 경험을 결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결혼도 해 아내와 가게를 열어 네 자녀와 아홉 손주, 열넷의 증손주를 뒀다.

그러나 한침 뒤 학교들을 돌며 강연을 하기 시작하며 다른 이들이 잊지 않도록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 고통을 견디는 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종전 60년을 맞아 그는 수용소에서 겪은 일을 회고록에 담아 냈고 이제 그의 목소리를 책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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