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발등의 불’ 항공 1순위 지원… 대출 속도가 생명, 자구책은 필수

‘발등의 불’ 항공 1순위 지원… 대출 속도가 생명, 자구책은 필수

장은석, 이영준, 윤연정 기자
입력 2020-04-22 23:32
업데이트 2020-04-24 07: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7대 기간산업에 40조+α 투입 효과

대한항공 1분기 영업손실 2400억 추산
車업계는 협력 중소업체 수백곳도 지원
직원 자르거나 기업 잇속만 챙기면 회수
재계 “환영” 속 “골든타임 놓칠까 우려”
이미지 확대
정부가 40조원+α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만들기로 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간산업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승객 급감으로 매출이 크게 쪼그라든 항공사들이 가장 먼저 운영자금 대출을 받는다. 수출길이 막힌 자동차업계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손실이 불어난 정유업계 순으로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 다만 지원 속도가 관건이다.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기준은 물론 기금 설치 시기도 정하지 못해 후속 조치들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은 항공과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등 7대 기간산업이 지원 대상이다. 산업 특성과 개별 기업의 수요에 맞춰 대출과 지급 보증, 출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금 설치 시기에 대해 “국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신속하게 다음달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순위로 지원받는 곳은 항공업계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국제선 노선 대부분이 운항을 중단해 1분기 영업손실이 2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승객은 없는데 인건비와 항공기 리스료 등 고정비가 계속 나가는 항공사에 운영자금 대출부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업계가 지원을 받는다. 수출 비중이 큰 데 코로나19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 딜러들이 차량 선적조차 하지 말라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수백개의 협력 중소·중견기업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이 줄어든 정유업계에도 운영자금 대출이 나간다. 피해가 덜한 전력과 통신업은 후순위다.

정부는 ‘공짜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기업이 자구책부터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직원들을 자르지 못하게 고용안정 방안을 만든다. 6개월간 일정비율 이상의 직원 수를 유지하지 않으면 가산금리를 매기고, 지원 자금을 줄이거나 아예 회수한다. 총수일가와 임직원들이 지원금으로 잇속만 챙기는 일도 막는다. 지원금을 다 갚을 때까지 고액 연봉을 못받게 하고 주주에게 배당금을 주거나, 자사주를 사는 것도 금지한다. 지원금을 받아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면 기업 이익을 국가와 나누는 장치도 만든다. 정부가 총지원금의 15~20%가량을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비롯한 주식연계증권이나 우선주로 받는 방법이다. 나중에 기업 주가가 오르면 정부가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대기업들은 “악화된 기업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아직 정부가 기금을 언제 어디에 쓸지 밝히지 못한 두루뭉술한 단계여서 운영 방식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금 지원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고용 유지 등 전제 조건에 대해 “정말 사정이 나쁜 2·3차 협력사들은 기금 지원을 꿈꾸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단 기업들이 망하지 않게 할 효과는 있다”며 “일회성 대책이 아닌 지속적으로 국민과 기업을 안정시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더 오래가면 기업 세금 감면과 추가 금리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0-04-23 4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