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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장기전 예고…트럼프 “더 내야”·한국 “더 줄 생각 없어”

방위비 장기전 예고…트럼프 “더 내야”·한국 “더 줄 생각 없어”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4-21 11:17
업데이트 2020-04-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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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 외교·국방장관 동의한 잠정합의안 거부 공식화협상 동력 실종·정상 담판에 기대…교착 국면 길어지면 한미관계에도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울신문 DB
한미 양측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더 내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한국은 잠정 합의안에 적시된 인상액보다 더 부담할 생각이 당장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온 실무진 차원의 협상은 이미 동력을 잃은 기색이 역력해 정상 간 담판 등 고위급 채널을 통해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협상이 장기 표류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협상 관련 질문에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의 큰 비율(a big percentage)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작년 대비 최소 13%를 인상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한미 협상단은 양국 외교·국방 장관의 지휘아래 4월 1일로 예고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시행을 앞둔 지난달 말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대북 대비태세에까지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무급휴직은 어떻게든 피하고자 한 발씩 양보한 결과였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한미관계의 갈등 요소는 서둘러 해결하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자는 공감대도 있었다.

어렵게 마련한 잠정 합의안이 예상치 못한 ‘트럼프 변수’에 막혀 서명까지 이르지 못하자, 한미 협상단 모두 추가 협의 의지가 사라진 분위기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상황 이후에 또 한번 협의 내지는 협상해보자는 단계까지 아직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거부했더라도 생각을 바꾸길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개적으로 ‘더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잠정 합의안이 정식 서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 분위기다.

그렇다고 한국이 당장은 새로운 제안을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협상을 다시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봐야 트럼프 대통령이 또 막판에 틀어버리면 한미 실무협상라인의 외교적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1일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한다는 원칙하에 협상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금의 협상 교착 국면이 여름을 지나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큰 점수를 얻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선을 앞두고 방위비 협상에서 양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힘든 한국으로서도 미국 대선이 지난 뒤 새로운 국면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여길 수 있다.

문제는 방위비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미관계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4천 명에 이르는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길어지는 것도 한국 정부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다만, 한미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분위기가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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