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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이나 존재도 몰랐던 의붓언니와 한달 ‘집콕’해보니

45년이나 존재도 몰랐던 의붓언니와 한달 ‘집콕’해보니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4-11 06:38
업데이트 2020-04-1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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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브렘너(왼쪽)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의붓언니 마가렛 하나이와 지내려다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령이 내려 오도가도 못해 한달 가까이 ‘집콕’ 신세를 지는데 부엌칼로 장난을 치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수 브렘너(왼쪽)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의붓언니 마가렛 하나이와 지내려다 코로나19 때문에 봉쇄령이 내려 오도가도 못해 한달 가까이 ‘집콕’ 신세를 지는데 부엌칼로 장난을 치고 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다른 이와 주방을 공유하는 일은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그런데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마가렛 하나이(71)는 45년이나 존재조차 몰랐던 의붓 여동생 내외가 놀러왔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한집에서 한달 가까이 함께 지냈다.

의붓동생은 영국 슈롭셔주 루들로에 사는 수 브렘너(65)다. 마가렛은 1948년 생후 2주가 됐을 때 수의 어머니와 결혼하려는 아버지와 짧게 인연을 맺은 친어머니가 양육을 포기하는 바람에 입양됐다. 마가렛이 수에게 연락을 취해와 지난해 처음 만났다. 그리고 수와 남편 데이비드가 지난달 5일 마가렛과 존 부부의 오클랜드 집을 답방했다. 두 달 일정으로 뉴질랜드와 호주를 돌아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2주 뒤 뉴질랜드는 국가 봉쇄령을 내렸고, 수 부부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따라 두 부부는 ‘집콕’을 하고 있다.

수는 “우리는 여기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많은 시간 와인을 함께 마시며 요리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을 “수 셰프”라고 부르는 마가렛은“우리는 아직 서로를 죽이지 않았다”고 신소리를 하고 “대단하다. 알지 않나, 누군가와 함께주방을 공유하는 일은 대단히 힘들다. 하지만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모두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 딸이 있었다는 것을 수가 아버지로부터 처음 들은 것은 2000년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나보고 마가렛이 살아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입양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는 것을 마가렛이 알아줬으면 했다. 그는 누가 아이를 거둬들였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자책했고 딸에게 사과하고 싶어했다.”

출생과 사망 기록을 갖고 있는 관공서 GRO에 자료를 요구하고 소셜미디어와 조상 뿌리 찾는 웹사이트에 도움을 청했다. 마가렛이 연락을 해올 때까지 수는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45년 전에 뉴질랜드로 이주한 마가렛은 입양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친부모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야 피붙이가 어딘가에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고 딸에게 털어놓았다.

그렇게 해서 GRO에 연락이 닿았고, 2주 만에 의붓여동생이 자신을 찾고 있다며 수의 연락처를 알려왔다. 남편은 형이 둘이나 있는데 자신은 남자형제나 자매가 없어 늘 부러웠던 차였다.

수도 마가렛의 이메일을 받고 기뻤지만 불행히도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메일을 받은 것은 복권에 당첨된 것 같았다. 아버지는 일이 이렇게 될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지난해 마가렛(왼쪽 두 번째)이 영국을 찾아와 처음 의붓형제자매들과 만났을 때 존(왼쪽부터), 수, 로렌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마가렛(왼쪽 두 번째)이 영국을 찾아와 처음 의붓형제자매들과 만났을 때 존(왼쪽부터), 수, 로렌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마가렛과 수에겐 두 오빠 로렌스와 존 콘넬이 있어 사형제가 지난해 영국에서 만났다. 마가렛은 “갑자기 다른 가족을 만나 우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게 된 것은 대단한 기회였다”며 “우리는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것처럼 신기할 정도로 빼닮은 구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둘 다 약한 커피를 좋아하고 무릎이 시원찮다.

수 부부는 이미 귀국 비행기 예약을 두 차례나 취소했고, 이제 11일 귀국 편을 예약했다. 뉴질랜드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 한 명이어서 영국보다 사정이 나아 의사인 딸은 부부에게 그냥 뉴질랜드에 있는 게 낫겠다고 했다. 하지만 손주들이 보고 싶어 돌아가기로 했다.

자매는 이번 여행을 마친 뒤 연내 다시 영국에서 만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내년으로 미뤄질 것 같다. “이번 체류에 필적할 만한 여행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벌써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루들로 성을 예약해 온가족이 어울려 볼 생각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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