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 헌법소원 낸 한국의 툰베리들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 헌법소원 낸 한국의 툰베리들

오세진 기자
입력 2020-03-15 22:34
업데이트 2020-03-16 01: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청소년 기후행동’ 김유진양·성경운씨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턱없이 부족
파리협정 이행 위해 최소 27% 늘려야
기후위기 없는 미래 상상할 권리 필요”
이미지 확대
‘청소년 기후행동’의 김유진(왼쪽)양, 성경운씨가 지난 13일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모습.  청소년 기후행동 제공
‘청소년 기후행동’의 김유진(왼쪽)양, 성경운씨가 지난 13일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모습.
청소년 기후행동 제공
“기후변화는 더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당장 어떤 재난들이 덮칠지 알 수 없거든요.”

한국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방관은 위헌”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청구는 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환경 단체 ‘청소년 기후행동’(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이번 소송의 원고로 나섰다. 기후행동은 세계적인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7)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지난해 네 차례 열었다.

원고로 참여한 김유진(18)양, 성경운(19)씨는 지난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목표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설정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6년 5월 정했던 목표와 다를 게 없다”면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까지 제한하도록 각국이 노력한다고 규정한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도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2015년 12월 12일 당시 196개국 대표가 모여 채택한 파리협정을 한국은 2016년 11월 3일 비준했다.
이미지 확대
‘청소년 기후행동’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변화 소송’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단체에 소속된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이날 헌재에 제출했다. 청소년 기후행동 제공
‘청소년 기후행동’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후변화 소송’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 단체에 소속된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이날 헌재에 제출했다.
청소년 기후행동 제공
정부는 지난 2016년 5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30년 배출전망치(BAU·현재 시점에서 전망한 목표 연도의 배출량) 대비 37%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만큼 감축한다’고 시행령을 개정했다.

최근 목표대로라면 정부는 2017년 7억 910만t이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억 36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2030년 배출전망치 8억 5080만t의 37%를 줄여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만 달라졌을 뿐 2016년과 차이가 없다. 기후행동은 파리협정을 이행하려면 현재 목표에서 최소 27% 이상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성씨는 “지난해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때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감축 약속을 2009년 이래로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살고 있다. 폭염, 가뭄, 홍수 등 기상재해뿐만 아니라 몇 달씩 이어지는 산불까지”라면서 “기후변화가 닥치면 안전한 환경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지킬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양은 “아이들이 미래를 꿈꿨을 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송은 비록 청소년들이 하지만 기후변화 위기는 미래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3-16 26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