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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안돼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통보

“방위비 협상 안돼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통보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0-01-29 10:33
업데이트 2020-01-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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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협정 타결 안돼 한국인 직원에게 4월 1일부로 무급휴직 시행”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 의도로 풀이
부대내 근무하는 韓근로자 볼모 활용 비판도

트럼프, 방위비 3배 늘린 6조원 요구
미국 상하원 의원들도 우려 표명
美상원 중진, 폼페이오에 “협상 재고 서한”
美하원 정보위원장 “한국과 관계 위태롭게 해”
“美분담금 대폭 증액, 북한의 강경 행보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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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800여개의 군사기지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지난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 800여개의 군사기지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가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29일 밝혔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019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추후 공백 상태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음에 따라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에게 4월 1일부로 잠정적 무급휴직이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을 사전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60일 전에 사전 통보토록 한 것은 무급휴직 예고 두 달 전에는 미리 통지해야 하는 미국 법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위금 분담금 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발생할 잠정적 무급휴직에 관하여 2019년 10월 1일, 전국주한미군 한국인 노조에 6개월 전 사전 통보했으며 이와 관련된 추가 통보 일정도 제공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 측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린 것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를 볼모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4일 오후 주한 미군장병이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앞을 지나고 있다. 2018.5.4  뉴스1
4일 오후 주한 미군장병이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앞을 지나고 있다. 2018.5.4
뉴스1
주한미군사령부는 이날부터 30일까지 90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60일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투명 정보 제공과 함께 질의응답을 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설명회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은 “모든 한국인 직원들은 1월 31일 이전에 잠정적인 무급휴직에 대한 공지문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인 직원들의 고용 비용을 한국이 분담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와 임금을 지불하는데 드는 자금을 곧 소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행히도 방위금 분담금 협정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잠정적 무급휴직에 대비함에 있어 미국 법에 따라 무급휴직 관련 서신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인 직원들과 그들의 한미 동맹에 대한 기여를 대단히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그들이 잠정적 강제 무급휴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최신 정보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과 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 시한이 종료되면서 이전보다 400% 인상된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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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지난 9월 24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장병들이 아파치 헬기(AH64)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지난 9월 24일 오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장병들이 아파치 헬기(AH64)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DB
이에 대해 미 상·하원 의원들조차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하며 미 정부에 협상 제고를 촉구했다.

미국 상원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제11차 주한미군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협상의 장기화에 우려를 표하며 미국의 입장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9일 전했다.

VOA에 따르면 상원 외교위와 군사위에서 각각 민주당 간사를 맡은 밥 메넨데즈 의원과 잭 리드 의원은 지난 28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SMA 협상에서 미국이 취한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분담 개념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정관념은 한국과 동맹이 지닌 가치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가진 전략적 위치의 중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를 일으킨다”면서 “(이는) 거의 실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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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8군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전투 훈련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2019.6.8  연합뉴스
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미8군 창설 75주년 기념행사에서 전투 훈련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2019.6.8
연합뉴스
이어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한미 동맹의 이점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현재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은 이런 주요 원칙에 위배되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약화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한국은 지난해 협정을 통해 분담금을 1년간 약 9억 9000만 달러로 늘리기로 했고, 미 국방부는 현재 협정이 공정하고 상호 이익이 된다고 의회에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도 28일(현지시간) 한반도 안보상황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등이 출석한 이날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은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 요구를 거론하면서 “그런 접근은 한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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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신문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신문DB
스미스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그 (한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거기 있는 게 아니다. 그 지역에서의 우리 이해와 안정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루벤 갈레고 의원은 “한미 방위비 협상이 상호 이익이 되는 동맹의 가치가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길버트 시스네로스 의원도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걸 북한이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한미 간 긴장이 북한의 강경 행보를 촉발하는 부분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국 시민단체의 방위비 분담 반대 시위
한국 시민단체의 방위비 분담 반대 시위 지난 10월 22일 서울 미국대사관 옆에서 열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신문 DB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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