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명성의 부활/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명성의 부활/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김성호 기자
입력 2019-08-07 17:40
수정 2019-08-0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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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한국 장로교의 양 산맥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과 합동(예장합동)은 원래 한 뿌리 공동체였다. 1912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시작된 조선예수교장로회를 모태로 한다. 예배를 함께 드리는 한 가족이었지만, 195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과 에큐메니컬 운동 수용 문제로 대립하다가 갈라진 뼈아픈 역사를 갖는다.

이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인 예장통합은 진보 성향의 교단이다. 개혁교회 전통을 계승하면서 교회 일치와 연합을 추구하는 신학적 노선 때문이다. 최근 목회자 세습으로 관심이 집중된 명성교회는 예장통합의 상징이자 한국 장로교 최대의 교단이다. 등록 교인만 10만명인 그 초대형 교회를 있게 한 주인공은 창립자인 김삼환 목사다.

1980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상가 건물 2층에 십자가를 세워 교인 20명으로 첫 예배를 드린 명성교회. 그 교회는 지금 장로교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대의 교세를 자랑한다. 그 교세 성장의 바탕으로 명성교회는 ‘세상에 속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참교회를 지향한다’고 늘 강조한다. 실제로 명성교회는 복음의 전파와 나눔의 실천 차원에서 그 어떤 교회보다도 앞장서고 있는 공동체로 인정받는다.

그 부러움과 닮고 싶은 모범의 대상이던 명성교회의 위신이 급전직하한 건 역시 세습 때문이다. 창립자 김삼환 목사에게서 아들 김하나 목사로 담임을 넘기는 세속의 대물림 말이다. 명성교회 측은 세습이 아닌, 청빙이라고 강조한다. 예장통합 헌법, 이른바 세습금지법도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지 2년이 넘은 시점에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고, 많은 교인들이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을 그 당당함의 근거로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교회 측의 주장은 이제 별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5일 예장통합 교단 재판국이 명성교회의 청빙을 헌법 위반과 무효로 온 천하에 선포한 터다. 그 엄연한 상황에 명성교회가 택한 건 ‘재판 불복’의 천명이니 딱한 노릇이다. 더구나 다음달 23일부터 시작되는 예장통합 교단 총회에 이번 재판 결과의 근거인 세습금지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차하면 사안을 사회 법정으로 옮겨 끝장을 볼 태세다.

세습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명성교회. 그 어두운 추락의 한켠에서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명성교회의 밝은 모습을 입에 담고 떠올린다.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참교회’ 말이다. 그 밝은 교회의 이미지엔 어김없이 창립자 김삼환 목사의 얼굴이 포개진다. “우리 명성교회에는 세습이 없다”고 당당하게 외쳤던 김삼환 목사다. 한국 개신교뿐만 아니라 세계 기독교계에서도 막중한 영향력을 과시해 ‘한국 개신교의 얼굴’로 불리던 김삼환 목사 아니던가. 2013년 부산에서 성대하게 열린 WCC 제10차 총회도 김삼환 목사를 빼놓곤 말할 수 없다. 그 개회식에서 김 목사가 세상을 향해 쩌렁쩌렁하게 던진 세계 평화와 나눔의 메시지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결국 ‘명성의 부활’은 김삼환 목사의 몫이 아닐까. ‘세상의 참교회’ 명성교회를 조심스럽게 떠올려 본다. 쉽지 않은 기대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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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us@seoul.co.kr
2019-08-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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