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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징역 3년 6개월…‘피해자다움’ 배척한 2심 재판부

안희정 징역 3년 6개월…‘피해자다움’ 배척한 2심 재판부

오세진 기자
입력 2019-02-01 16:30
업데이트 2019-02-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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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수행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고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심 재판부의 판단 중 눈에 띄는 중 하나가 바로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일이다.

그동안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피해자 김지은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도저히 피해자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면서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14일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도 피고인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1심 재판부는 2017년 7월 김씨가 러시아 호텔에서 안 전 지사로부터 위력에 의한 간음 피해를 당한 이후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좋아하는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은 점, 피해 당일 저녁에 안 전 지사와 와인바에 간 점 등을 언급하며 수행비서로서의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 것 뿐이라는 피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의 이 판단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안 전 지사가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피해자의 임명권을 갖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행동을 재판부가 사실상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하자 여성단체들은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만을 요구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안 전 지사의 선고공판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도 이 부분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간음 피해를 입고도 도피 없이 비서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한 일에 대해 “피고인의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해서 실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피고인 변호인들의 주장은 일반적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편협한 관점”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2심 재판에서도 김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동료들에게 장난을 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안 전 지사에게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친근감을 표시한 사례도 들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평소 피해자가 문자를 이용하던 어투나 표현, 젊은이들이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히 동료나 피고인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지위에 비춰 피해자가 7개월이 지나서야 폭로하게 된 사정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면서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기로 한 이상, 그런 행동이 피해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해 3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세상 밖으로 알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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