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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할까 걱정돼…김용균 숨진 태안화력, 사고 위험 상존”

“추락할까 걱정돼…김용균 숨진 태안화력, 사고 위험 상존”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1-24 14:48
업데이트 2019-01-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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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일산화탄소 중독 위험도 일상적”

“저탄장(탄 저장소)이 일반 건물 9∼10층 높이입니다. 저탄장 꼭대기에 있는 하역기(트리퍼)는 발 디딜 공간밖에 없어서 일하다 보면 안전고리를 걸어도 떨어질까 걱정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 추락 등 사망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인권실태조사단과 청년노동자 고(故) 김용균 사망 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인권실태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단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6개 인권단체와 인권활동가 10명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조합원과 비교군인 한국서부발전 소속 정규직, 다른 화력발전소 노동자 등 총 48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7일 기초조사와 같은 달 27∼28일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비정규직 인권실태를 살펴봤다.

실태조사 결과, 저탄장과 B/B(혼탄설비), SCB(탄 여과 설비) 등 한국발전기술의 각 공정에서 추락, 일산화탄소 중독 등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단체는 “태안화력발전소는 탄을 저장하는 저탄장을 옥내에 두는데, 건물 높이가 50m 이상”이라며 “근무자들은 저탄장 하역기를 점검·확인해야 하는데 안전장치가 있어도 항상 추락 위험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또 저탄장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석탄을 싣는 상탄 작업을 하는 동안 자연발화를 막기 위해 평탄화 작업(굵은 탄을 고운 탄으로 덮는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중장비를 사용하면서 기계에 깔릴 위험도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중장비를 이용하려면 쌓인 석탄의 경사가 20도 이하여야 하지만, 통상 26∼27도까지 경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저탄장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위험에 놓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 단체는 노동자들이 가스에 노출돼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30ppm 이상인 경우 현장 출입을 금하는 산업 안전규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 노동자는 “제일 힘든 건 가스다. 구토를 많이 한다”며 “끝날 때까지 가스를 마시고 일하는데 이게 가장 힘들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또한 “B/B나 SCB 공정에서 석탄 고착이 발생하면 노동자가 직접 가서 설비가 작동 중인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때 큰 탄에 맞거나 깔릴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낙탄 처리를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이 벨트가 돌아가는 중에 일했다”며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위험이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노동자들이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통제할 수 있으려면 기계 설비에 대해 교육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육이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발전소 가동 초기에는 교육 기간도 길고 구체적으로 교육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3개월, 2주, 사흘 등으로 차츰 기간이 짧아졌다”며 “이런 교육을 아예 받지 못한 채 근무자끼리 알아서 교육하라며 바로 근무에 투입된 노동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실한 시설과 설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무리한 생산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와 위험을 드러내는 조직문화·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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