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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악마다” 지적장애인 한달여 간 가혹행위한 20대들

“그는 악마다” 지적장애인 한달여 간 가혹행위한 20대들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04 15:35
업데이트 2019-01-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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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대 또래들에게 가혹 행위 당하던 장애인 졸도하기도…경찰, 주범 2명 구속영장

“그는 악마입니다. 어떻게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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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받은 장애인 가혹행위 피의자
영장심사 받은 장애인 가혹행위 피의자 지적장애인에 대한 가혹행위를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씨가 4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19.1.4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말께 광주 북구의 한 주택가에서 주민이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옆집에서 비명이 들리고, 소란을 피우고 있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원룸에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20대 지적장애인을 발견했다.

가족의 품에 다시 안긴 피해자 A(23·남)씨의 입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쏟아져 나왔다.

A씨가 정모(22·남)씨 일당을 만난 건 그해 9월 하순께였다.

친구의 소개로 만난 정씨는 “택배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A씨를 데리고 다녔다.

지능이 떨어진 A씨에게 정씨는 툭하면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엎드리게 해서 전기 케이블을 채찍처럼 휘두르고, 쇠파이프·옷걸이 등으로 툭하면 매질을 해댔다.

등, 팔, 다리 등에는 ‘말을 안 듣는다’, ‘심심하다’는 이유로 담뱃불로 지져 A씨의 몸에는 100여곳 이상의 상처가 남아있었다.

속칭 ‘담배빵’을 하고도 성이 차지 않을 때면 상처에 볼펜을 꽂아 후벼 파기도 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해 A씨는 졸도하기도 했으나, 가혹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정씨 일당은 돈도 빼앗았다.

현금이 없는 A씨에게서 돈을 빼앗기 위해 A씨 명의로 휴대전화를 4대 개통하고, 소액결제하는 수법으로 수백만원을 가로챘다.

한 달여 간 A씨는 정씨 일당의 숙소인 원룸에 반강제적으로 갇혀 허드렛일을 하며 지옥 같은 삶을 살았다.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정씨의 보복이 두려워 A씨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A씨를 심리건강연구소를 통해 검사한 결과, 사회적응 지수가 초등학생 5~6학년인 12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또 있었다.

정씨 일당은 B(21·남)씨를 함께 렌터카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다, 수리비를 내라’는 핑계 등을 대며 돈을 빼앗고 폭행했다.

또 정씨는 자신의 여자친구 허벅지를 쳐다봤다며 강제추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고 돈을 갈취했다.

정씨가 A씨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한 이웃 여성은 수사하는 경찰에 “정씨는 악마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때릴 수가 있나”라고 증언했다.

경찰은 정씨와 공범인 염모(20·남)씨를 특수상해와 공갈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4명의 10대 남녀는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을 때린 정씨 등이 처벌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A씨는 “그들의 얼굴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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