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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해운업 급한 불 꺼도 글로벌 경쟁 도태 ‘위기’

‘벼랑 끝’ 해운업 급한 불 꺼도 글로벌 경쟁 도태 ‘위기’

입력 2016-04-24 10:46
업데이트 2016-04-2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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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선사 모두 채권단 관리체제로…뒤처진 경쟁력이 더 큰 문제

총선 후 기업 구조조정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해운업과 조선업이 벼랑 끝에 선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특히 해운업은 글로벌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만으로는 생존력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 ‘빅3’는 역량을 넘어선 무리한 수주 경쟁을 벌이다 대규모 부실을 빚어내고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해운·조선과 함께 취약업종으로 분류됐던 철강, 건설, 석유화학은 업황이 개선되면서 한숨을 돌린 분위기지만, 공급과잉 등 구조적인 취약성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에코쉽’ 중무장 글로벌 해운사…한국 선사, 경영난에 헤매

지난 22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앞서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과 함께 양대 원양선사 모두 채권단 공동관리 아래 들어가게 됐다.

장기간 지속된 해운업 침체로 양대 원양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미 2013년부터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벌여왔다.

한진그룹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013년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해왔다.

한진해운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1조7천억원 규모의 전용선 부문을 매각하고 4천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자구 노력을 이어왔다.

현대상선도 사업부문, 보유주식, 부동산, 해외 항만지분 등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내다 팔거나 담보로 잡혀 돈을 빌리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벌여왔다.

뼈를 깎는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노력에도 해운업이 장기간 침체하면서 경영 여건은 오히려 악화를 거듭했고, 결국 양사 모두 오너가 경영권을 내놓는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국내 양대 선사가 직면한 더 큰 문제는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이다.

최근 중국의 코스코(COSCO·차이나오션쉬핑) 그룹과 선복량 세계 3위인 프랑스의 CMA CGM 등 4개 대형 선사는 세계 1, 2위 업체 덴마크의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체를 결성하겠다고 나섰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해운업 침체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롭게 합종연횡하는 등 원가절감을 무기로 한 ‘치킨 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채권단 관리하에 영업이익을 회복한다 하더라도 초대형 에코쉽으로 무장한 글로벌 선사들과는 원가 경쟁력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사는 수년 전 글로벌 선사들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무렵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쏟느라 값비싼 신규 선박을 발주할 틈이 없었고, 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 조선 ‘빅3’ 출혈경쟁에 부실 눈덩이…통폐합 주장 나와

조선업계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각사별로 이미 채권단 관리 아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 축소와 사업 부문 매각 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지만 고비용 저수익 구조에서 쉽게 탈피하지 못해 경영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는 대형 3사의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졌다.

해양플랜트를 중심으로 한 무리한 수주경쟁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대형 3사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8조5천억원에 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무려 5조5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에 준하는 경영정상화 약정을 체결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무려 4조2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자금 지원을 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원가절감에 들어갔고, 수주도 수익성을 철저히 가려 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제 교역량 증가세 둔화와 저유가 여파로 대형 3사의 올해 1분기 선박 수주는 단 3척에 불과했다.

이처럼 조선업의 상황이 악화하자 일부에서는 대형 3사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조선업체가 3개나 있는 것은 과잉이라는 논거다. 중소형 조선소까지 합치면 국내에는 20여개가 넘는 조선업체가 있다.

◇ 석화·건설, 실적 호조에 안도…구조적 취약성은 우려

정부가 조선·해운과 함꼐 취약업종으로 분류했던 석유화학, 철강, 건설은 그나마 사정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경쟁 격화 등으로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6.2%로 작년 4분기의 2.5%보다 크게 상승했다.

저유가로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가 되는 나프타의 가격이 하락한 반면에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 가격은 강세를 보인 덕이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내년까지 기초유분과 합성수지 분야 호조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화학 품목 자급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어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는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포스코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계열사 35개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동부제철은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고, 동국제강도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나섰다.

건설업은 지난해 국내 주택경기 호조 덕에 수익성이 개선된 상황이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글로벌 침체 여파로 해외시장에서 성장세가 둔화했다.

해외시장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주택시장마저 둔화한다면 건설업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선·해운과 달리 석유화학, 철강, 건설은 실적 호조 등의 영향으로 여건이 개선된 상황”이라며 “다만 일부 공급과잉 등과 같은 구조적인 취약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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