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글박물관 오늘부터 자료 강독회
158년 전 지금의 전북 김제시 봉남면 등룡마을에 살던 송씨가 고을 수령인 관찰사에게 낸 한글청원서(언단)에는 오랜 기간 맺혀 온 억울함과 원통함이 절절히 묻어 나온다. 양자인 녹현이 문중의 허락 없이 산소 자리를 팔아먹자 녹현의 모친이 모자지간을 파양하고, 녹현의 형제들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수령은 이 청원에 대해 “녹현 형제의 죄상은 이미 들은 바 있다”며 그 아우를 잡아 가두고, 녹현의 형은 병을 앓아 누워 있어 잡아 가두지 못했으나 마땅히 엄히 처분할 것이라고 답한다. 규방 여인의 한을 푼 이 한글 청원은 조선 시대의 상속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6-04-22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