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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심하니 코로 숨쉬라”…중국의 ‘불안한’ 마라톤 붐

“오염 심하니 코로 숨쉬라”…중국의 ‘불안한’ 마라톤 붐

입력 2016-04-20 15:38
업데이트 2016-04-2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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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대회 참가·운영 미숙으로 참가자 60% 응급처치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마라톤 붐이 일고 있다. ‘스포츠 대국’에서 ‘스포츠 강국’으로의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정책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주요 도시의 심각한 대기오염과 마구잡이 참가, 운영 미숙 등으로 각종 마라톤대회 참가자 중 응급처치를 받는 사람이 참가자의 최고 60%에 달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이 건강증진은커녕 거꾸로 건강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올해 3~4월에 열린 중국 내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 가운데 적게는 20%, 많게는 60%가 응급처치를 받았다.

중국신문 치누만보(齊魯晩報)는 이달 10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는데 이 중 20%가 넘는 4천300명이 경련이나 겹질림(염좌), 찰과상, 근육파열 등으로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3월 20일 광둥(廣東)성 칭위안(淸遠)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도 약 2만 명이 참가했으나 이 중 61%인 1만2천 명이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중 17명은 구급차로 병원으로 실려 갔고 그중 3명이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칭위안 마라톤은 올해 2회째다. 첫 대회인 지난해에는 참가자의 80%가 처치를 받았다고 한다.

대회 참가자로 보이는 한 시민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칭위안 마라톤에서 처치를 받은 사람 수를 보고 무서웠다”면서 “대회 도중 들은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는 체험 글을 올렸다. 이 대회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바나나와 함께 수입품인 외제 비누를 나눠줬는데 다수의 참가자가 비누를 먹어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어 표기가 없어서 먹을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들 대회에서 각종 처치를 받은 사람이 이처럼 많이 나온 이유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7만3천 명이 참가, 1천100명 이상이 부상과 컨디션 이상으로 처치를 받고 1명이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작년 1월 홍콩국제마라톤대회 때 한 심장전문의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 경련이나 현기증이 일어나고 심장에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기 중 유해물질을 흡입함으로써 심장병을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대회 당일 참가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대회 주최 측이 참가자들에게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되도록 코로 호흡하라”고 충고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있었다.

2007년에 시작된 도쿄마라톤에는 매년 3만 명 이상이 참가하지만, 응급처치를 받은 참가자는 1천-1천500명으로 3-5% 정도다. 도쿄와 비교하면 중국 마라톤대회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우한 마라톤대회가 열린 4월 10일 같은 날 산시(陝西)성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는 참가자 중 1명이 41㎞ 지점에서 쓰러져 사망했다.

1992년에 발표된 운동 중 돌연사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0-39세의 경우 달리기가 수영이나 축구를 제치고 사망률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北京) 체육대학의 허우보룬(候伯倫) 교수는 “마라톤 경기중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의 경우 중국의 구명률은 1% 전후인 데 비해 해외의 구명률은 30% 정도”라고 지적했다.

중국체육보는 도쿄마라톤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면서 일본의 경우 마라톤 코스 전반에는 5㎞ 간격, 후반에는 2-3㎞ 간격으로 의사나 간호사를 배치하고 긴급시 심장박동을 도와주는 자동제세동기(AED)를 휴대한 2인 1조의 자원봉사자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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