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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곤충학자 길 그리섬,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CSI 곤충학자 길 그리섬,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정현용 기자
정현용 기자
입력 2016-04-11 15:03
업데이트 2016-04-1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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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사체에서 나온 파리유충을 분석해봤더니 말라티온이라는 살충제 성분이 나왔습니다. 이 살충제는 번데기가 나타나는 시기와 산란을 최대 나흘까지 지연시켜주므로, 피해자가 살해된 날짜는 11월 1일이 아니라 4일입니다.”

인기 미국 드라마 ‘CSI’ 등장인물 길 그리섬 반장의 말이다. 그리섬 반장은 곤충학자로 곤충의 사체에서 나온 구더기로 사망시각을 유추하고, 단서를 찾아내 범인을 검거한다. 이처럼 곤충의 종류와 발육 상태를 통해 사망 시간과 원인, 장소를 추정하는 학문을 ‘법곤충학’이라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리섬 반장 같이 곤충을 이용한 범죄해결이 곧 가능해질 예정이다.

고려대병원은 11일 박성환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팀이 치안과학기술사업단에서 추진하는 연구개발사업 ‘법곤충학을 활용한 사후경과시간 추정 프로그램 개발’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실제 수사에 사용할 수 있는 법곤충학 감정 보조프로그램의 개발을 목표로 박 교수와 문태영 고신대 생물학과 교수, 이재원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 손기훈 고려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생물정보학 전문기업 인실리코젠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한다.5년간 약 27억원을 지원받는다.

곤충학적 증거로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원리는 두 가지다. 부패 단계별로 시신을 찾아오는 곤충의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과 시신에서 자란 파리 유충의 성장단계를 이용해 산란된 시점을 거꾸로 계산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곤충학적 증거를 보다 객관화하기 위해 ▲파리, 딱정발레 중심의 전국적 시식성 곤충생태조사 ▲기후자료확보 ▲주요 시식성 곤충 유층의 성장속도 측정 ▲ 관련 자료의 통계 개발 및 프로그램 개발 등에 대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법곤충학 감정에 활용할 기초적인 곤충상이나 주요 곤충에 대한 유충 성장속도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번 연구로 이런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활용한 감정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법곤충학 기법이 국내에서도 일상적인 수사기법으로 자리잡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곤충학 연구와 관련해 지난달 서울대 주최로 열린 TEDxSNU 강연회에서 법곤충학에 대한 일반인 대상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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