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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 명문가 자제… ‘주식 중독’에 1000억대 사기꾼 전락

美 최고 명문가 자제… ‘주식 중독’에 1000억대 사기꾼 전락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4-08 16:41
업데이트 2016-04-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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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상류층 가문의 상속자 아들이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말 앤드루 캐스퍼슨(39)을 약 9500만 달러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7일 보도했다.

캐스퍼슨은 미국 최대 소비자 금융기관인 베네피셜의 상속자 핀 캐스퍼슨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 핀은 1998년 베네피셜을 매각해 86억 달러를 손에 쥐었고, 그 돈으로 하버드, 프린스턴 등 미국 대학들에 거액을 기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여겨진다. 개인 최대 금액인 3000만 달러를 기부한 하버드 로스쿨에는 지금도 ‘캐스퍼슨 스튜던트 센터’ 건물이 있다. 핀은 공화당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큰 손’으로 미국 정계의 거물로 통했다.

미국 최고의 사립고 그로턴 스쿨과 프린스턴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앤드루 캐스퍼슨은 프린스턴에서 배타적인 상류층 자제 모임인 “아이비 클럽” 활동을 했다. 이때 만난 1년 후배 캣 맥레이와 결혼을 약속했지만 맥레이는 9.11 테러 때 목숨을 잃었다.

이후 월스트리트의 최대 사모펀드 업체 중 하나인 콜러 캐피탈에 입사한 그는 9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두 번째 비극이 찾아왔다. 2009년 아버지 핀이 로드 아일랜드 별장에서 권총 자살한 것이다.

2013년 블랙스톤 그룹 계열사인 파크힐 그룹의 파트너로 전직한 앤드루 캐스퍼슨은 수백만 달러의 연봉과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남 몰래 고위험 주식 투자에 탐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마약이나 도박에 빠져들 듯 투기적 주식 투자에 몰두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지난해 여름 무렵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게 된다. 그 직후 앤드루 캐스퍼슨은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용이한 델라웨어에 유령 회사 하나를 차린 뒤 파크힐에서 팔던 것과 거의 동일한 상품인 것 같은 상품을 만들고 지인들을 유인했다. 5000만 달러의 투자금액에 대해 원금을 보증하며 연간 15%를 벌게 해 준다는 유혹이었다. 사기 피해자 가운데는 그의 어머니와 형제를 비롯해 대학 동기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의 사기 행각은 지난달 초 대학 동기이자 헤지펀드 무어 캐피탈의 임원이었던 매킨타이어에게 2000만 달러 추가 투자를 권유하던 과정에서 위조된 이메일이 들통나면서 드러나게 됐다.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캐스퍼슨은 사기로 끌어들인 돈을 대부분 투기성 주식에 투자해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한 지인은 “가장 명망 있는 사모펀드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명성이 높은 그의 말을 누가 믿지 않을 수 있었겠느냐”며 “거기다가 그는 베네피셜 가 출신”이라고 말했다.

캐스퍼슨은 지난달 26일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 휴가를 마치고 뉴욕 라가디아 공항에 도착한 직후 아내와 두 아이가 보는 앞에서 수사당국에 긴급 체포됐다. 지난 4일 보석금 500만 달러를 내고 석방된 뒤 맨해튼 병원에 입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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