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1% 부패에 99% 분노’…파나마 문건, 사회변혁 기폭제 될까

‘1% 부패에 99% 분노’…파나마 문건, 사회변혁 기폭제 될까

입력 2016-04-07 10:21
업데이트 2016-04-07 10:2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폭로·행동주의’ 전문화 시대…폭로·부패 피로증 우려도

‘파나마 문건(Panama Papers)’에 이름이 올라 있는 각국 독재자와 정치인, 갑부, 유명인들이 숨죽이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문건에 포함된 다른 인물들의 심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건은 이미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폭로 하루 만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했고, 미국·프랑스·독일 등이 조사 방침을 밝히고 나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더 가혹한 형벌은 문건 관련자들을 겨냥한 뜨거운 시선이다.

문건 폭로 이후 세계 주요 언론매체들은 사설과 칼럼, 기명 기사를 통해 “1%의 행태에 대한 99%의 분노”, “사회 변혁의 기폭제”, “릭티비즘(leaktivism·폭로< leak>와 변혁운동< activism> 조어)” 등의 표현을 써가며 연일 핫이슈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5일 공산당선언의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연상시키는 ‘만국의 납세자여 단결하라’는 구호를 제목으로 한 기고문을 실었다.

2011년 9월부터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세계 80여 개국으로 번졌던 ‘월가(금융중심지)를 점령하라’ 시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러시아와 중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나마 문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거명됐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자국 내에서 파나마 문건 보도가 제대로 이뤄지면 부정부패 척결 작업은 물론 지도자 리더십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런 탓에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파나마 문건을 겨냥해 자국 지도자들과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서방의 음모’라고 차단막을 치고 보도통제에 나섰다.

파나마 문건 파동으로 기득권을 가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 의혹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각국에선 민심이 술렁대고 있다.

문건의 출처인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는 문건에 나온 개인과 기업들의 유령회사 설립과 운용은 합법적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조세회피처 파나마에 유령회사 설립과 은행계좌 개설이 그 자체로 불법의 증거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이면의 부패와 탈세 의혹에 99%의 분노가 향한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더 크고 중요한 질문은 “그렇게 많은 나라 정부들의 그렇게 많은 고위 공직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재산을 모았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아이슬란드·러시아·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의 정상들을 거론하면서 “공직자들이 숨긴 의심스러운 부”를 드러낸 것을 파나마 문건의 중요한 의의로 꼽았다.

NYT는 탈세로 인한 세수 손실은 실소유주를 숨길 수 있도록 해주는 재산은닉 체제가 초래한 부수물이라며 “정말 위험스러운 일은 부패 정치인들이 훔친 재산을 자국 국민들의 눈을 피해 빼돌릴 때 민주주의 지배와 지역 안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금융건전성기구(GFI)의 작년말 ‘개발도상국의 불법자금 유출’ 보고서를 보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유출 누적액이 7조8천억 달러에 달한다.

GFI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권에 매년 해외의 원조금이나 외국인 직접투자 형태로 거액이 유입되는데도 경제성장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 것은 범죄·부패·탈세 등과 연루된 불법적인 자금 유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4일 자에서 ‘파나마 문건이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제목으로 개발도상국은 물론 미국 유권자들도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유자재로 돈을 움직여 거액의 이익을 챙기는 1%의 금융·기업·정치 엘리트들”에 분노하고 있다고 썼다.

99%로선 “황량한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텅빈 건물과 웨스트버지니아의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독성 폐기물” 같은 세계화의 바람이 남긴 잔재를 부담으로 떠안는 것이 더 억울할 것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결국 파나마 문건 파동은 “글로벌 정치 엘리트의 상당수가 세계를 통치할 게 아니라 감옥에 가는 게 맞다”는 증거라는 의미를 넘어 이런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사회변혁의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게 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파나마 문건 파동이 줄리언 어산지와 첼시 매닝, 그리고 에드워드 스노든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릭티비즘’이 글로벌 전문화 시대로 접어든 것에 주목했다. 이는 세계 주요 언론사 100여 곳의 기자 수백명이 1년간 공조 취재해 발표한 것을 겨냥한 지적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진실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는 게 효과적인 사회적 항변의 방식’이라는 믿음 대로 파나마 문건이 정말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회변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파나마 문건에 이름이 오른 백수십 명의 공직자들이 있는 나라들에서 “대중시위가 많은 나라로 확산” 되는 ‘불안정화 효과’의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위키리크스와 스노든의 폭로, 월가 점령 시위 등이 결국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선례들 때문에 “릭티비즘 피로증” 혹은 회의가 생기지는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포린 폴리시도 파나마 문건이 “변혁의 기폭제가 될 것이냐”고 자문하고, 세계의 대중이 이미 “부패 피로증”에 걸려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