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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고객 트집 한번에… 빵집 주인은 3년 날렸다

진상 고객 트집 한번에… 빵집 주인은 3년 날렸다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6-04-06 22:58
업데이트 2016-04-0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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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나” 100배 보상 요구… 대법 “악성 민원… 영업정지 취소”

“보름 동안 장사를 못 하는 것보다도 ‘유통기한이 지난 불량식품을 판 가게’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정말 억울했어요. 3년의 법정 싸움이 쉽진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누명을 벗었으니 천만다행이죠.”

경기 군포시에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운영하는 김모(46·여)씨는 ‘화이트데이’였던 2013년 3월 14일을 잊지 못한다.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의 악몽’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날 저녁 이모씨에게 3통 한 묶음짜리 사탕을 팔았다. 하지만 며칠 뒤 본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유통기한이 2개월 넘게 지난 사탕을 샀다”고 이씨가 항의를 해 왔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김씨는 “기한을 앞둔 사탕은 2012년 12월 말에 이미 본사에 전액 환불을 받고 반품한 상태였다”면서 “그해 1월 본사의 위생점검 때 유통기한 항목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던 터라 그 사탕이 매장 안에 아예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씨를 만나 보상 등 문제를 협의하려고 했지만 이씨는 “본사와 얘기하겠다”며 거부했다. 이후 이씨는 본사에 합의금 250만원을 요구했다. 사탕값의 100배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도 받았다. 경찰은 “유통기한이 지난 사탕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다른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는 없다”며 내사 종결했다. 경찰 통보를 받은 군포시는 1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김씨가 군포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은 이씨를 전형적인 블랙컨슈머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탕을 사고 나흘 뒤에야 문제를 제기한 데다 원래 제품 가격의 100배를 보상하라고 요구한 이씨를 정상적인 소비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사탕을 여자친구인 A씨에게 선물했다’고 하지만 A씨는 그를 ‘가게 단골손님’이라고 말하고, 이씨는 본사에 항의를 하기도 전에 ‘본사에서 제품 사진을 보내라고 했다’며 A씨로부터 사탕을 다시 가져갔다”면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씨의 주장에 근거한 원심 판단은 위법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이 과거에는 문제가 발생하면 입단속 하기에 급급했지만 최근에는 사실에 근거해 대응하는 추세”라면서 “이런 판결이 많아지면 블랙컨슈머들이 활개 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4-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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