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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 과열 ‘고향납세제도’ 찬반논쟁

일본,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 과열 ‘고향납세제도’ 찬반논쟁

입력 2016-04-04 17:18
업데이트 2016-04-0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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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고가 답례품으로 ‘기부’ 유도… 납세자도 세액공제·답례품 겨냥 ‘기부’

부의 재분배 역행… 국가부채 1경 넘는 나라서 돈 나눠주기 여유 없다 등 비판

태어났거나 자란 고향의 발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이른바 “고향 납세”제도가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고향납세제도는 납세자가 일본 국내의 특정 지방자치단체(광역 및 기초지자체)에 ‘세금을 내면’ 2천 엔(약 2만 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 소득세나 주민세에서 전액 세액공제해 주는 제도다. 2008년 처음 도입됐다.

태어나거나 자란 고향이 아닌 지자체에도 납세가 가능하며 이름은 납세지만 사실상 ‘기부’인 셈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자의 기부가 많을 수밖에 없고 세액공제혜택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부자를 우대하는 이런 세금 ‘역진성’은 도입 초기부터 지적된 문제지만 최근에는 고향 납세를 유치하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형평성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급기야 주무부처인 총무성이 판매가 가능한 상품권이나 고가의 가전제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지만 ‘기술적 조언’일 뿐 강제성이 없어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많다.

지바(千葉)현 오타키초(大多喜町)의 경우 2014년 12월 고향 납세 답례품에 ‘고향 감사권’이라는 상품권(金券)을 추가해 대성공을 거뒀다. 그때까지 연간 10억엔(약 100억 원) 정도이던 세수가 답례품에 상품권을 추가한 후 2015 회계연도(2016년 3월 말지)중인 2월 말 현재 18억 엔이 넘게 들어왔다. 이 중 96%가 상품권을 받기 위한 기부였다. 상품권은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도쿄(東京)에 본점을 두고 있는 통신판매업소에서 유명 브랜드의 시계 등을 사는 데 쓸 수 있다.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주는 곳도 많다. 인구 3천여 명의 조용한 시골인 고치(高知)현 나하리초(奈半利町)는 기부 답례품으로 선어나 정육 세트를 내놓아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2015년에 약 13억4천만 엔의 기부를 받았다. 나하리초의 1년 예산의 거의 절반이다.

하지만 답례품으로 주는 쌀이나 소고기 등 지역 특산품도 갈수록 고급화하고 순전히 답례품만 겨냥하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고향납세 제도의 취지는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다. 이들은 전국 각 지자체가 제공하는 답례품 목록을 보고 통신판매를 통해 물건을 사듯 받고 싶은 답례품을 주는 지자체를 찾는다. 지바에사는 한 자영업자 여성은 “체리가 먹고 싶어 야마가타(山形)현 덴도(天童)시에 기부했다면서 ”배달돼온 체리가 맛있었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특산품도 없고 그렇다고 상품권을 제공할 재정적 여유도 없는 지자체들은 울상이다. 고향납세 제도로 인한 세수결손이 가장 큰 지자체 중 하나인 도쿄도 세다가야구(世田谷區)의 경우 보육원에 들어가지 못해 대기중인 아동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에 대해 총무상을 역임한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대기아동 문제 해결 등에 써야 할 재원이 고소득자에게 줄 고가 답례품에 쓰이는 등 부의 재분배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2013년에 고향 납세제도를 이용한 사람은 13만4천 명으로 제도 도입 첫해인 2008년의 약 4배로 늘었다. 기부총액도 142억 엔(약 1천420억 원)으로 2배로 증가했다.

아사히는 여름에 실시될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득이 없는 연금생활자에게 3만 엔씩 나눠줄 예정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5월 중 새로운 경제대책 마련을 지시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상품권이나 돈으로 나눠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1인당 약 820만엔, 국가와 지자체를 합해 1천조 엔(약 1 경원)의 빚을 지고 있는 일본에서 효과도 없는 돈 뿌리기를 되풀이할 여유는 더는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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