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검찰 미온적 수사”…조희팔사건 전면 재수사 요구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 일당의 뒤를 봐주고 뇌물을 받은 전직 경찰관들이 법정에 섰다.

20일 오후 대구법원 11호 법정.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희팔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전직 경찰관 5명 가운데 4명이 시차를 두고 잇따라 피고인석에 앉았다.

1심 판결이 끝난 나머지 전직 경찰관 한 명은 이날 관련 동료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씨가 운영한 업체 간부를 맡아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모(48) 전 경사와 조희팔 최측근 강태용(54)에게서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모(40) 전 경사는 이날 첫 공판이 진행됐다.

두 사람은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조희팔 일당이 운영한 유사수신 사기 업체 관련 수사를 담당했다.

이들은 조희팔 일당에 수사 관련한 정보를 유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임 전 경사 측은 검찰 기소 내용과 관련, 경찰 공무원 퇴직 뒤 조희팔 측에서 정기적으로 판공비를 지급받은 부분은 인정하지만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경사 측은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어 강태용에게서 5천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안모(46) 전 경사 재판에서는 강태용이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불출석을 통보해 재판 일정이 미뤄졌다.

강태용은 “감기 몸살과 천식이 심하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이번 재판 기일 출석이 어렵다”고 불출석 사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뒤이어 진행된 조희팔에게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51) 전 총경 재판에선 사건에 연루된 권 전 총경의 과거 부하 직원 김모(49) 전 경위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 전 총경은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30일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커피숍에서 조희팔로부터 자기앞수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돈을 받은 시점은 조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여 전으로 경찰이 조씨를 본격 수사하던 때다.

이날 재판은 조희팔 사기 사건 피해자 100여명이 방청석에서 지켜봤다.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는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정관계 로비, 범죄수익금 추적 등 어떤 것도 납득할 만한 결과가 없었다”며 “검찰의 미온적인 수사로 피해자들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며 전면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조희팔 운영 회사 전산시스템 관련자들과 경리 직원들,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한 조희팔 내연녀들, 조희팔 조력자 역할을 한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 관계자 등을 집중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