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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혼란’ 현실화됐다…경기교육청 유치원 보육비 지급못해

‘보육혼란’ 현실화됐다…경기교육청 유치원 보육비 지급못해

입력 2016-01-04 16:45
업데이트 2016-01-0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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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들 알아서 운영해야 할 판…타 시도로 확산 ‘초읽기’대책 마련되지 않으면 내달 어린이집 보육혼란도 불가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따른 유치원의 보육혼란이 4일 현실화됐다.

이날 경기도내 공사립 유치원에 지원돼야 할 누리과정 예산이 결국 지급되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도의회 해당 상임위원회 및 예결특위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것은 물론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되지 않아 준예산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외에 서울과 광주·전남의 유치원 누리과정예산 역시 시도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이같은 보육혼란 확산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 세종, 강원, 전북, 광주, 전남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내달이면 보육혼란이 더욱 확산할 위기다.

◇ 경기교육청, 유치원에 누리과정 예산 결국 지급 못해

19만8천여명이 이용하는 경기도 유치원의 경우 4일부터 사실상 보육혼란이 현실화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유치원 보육비 예산을 분기별로 각 교육지원청으로 배정하면, 교육지원청은 매달 4일 유치원으로 교부했다.

교부일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도교육청은 지난해 초 누리과정 파동 직후 혼선을 막고자 그 해 7월부터 혼란 방지 차원에서 이날로 교부일을 정한 것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날 유치원에 예산을 교부하지 못했다. 교부할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올해 예산안에 유치원분 4천924억원(급식비 포함 5천100억원)만 편성했으나 도의회 교육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그러나 도의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돼 예산안 불성립(준예산) 상태가 됐다.

도교육청이 유치원에 교부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생 1인당 육아학비 22만원과 방과후과정비 7만원 등 29만원, 공립유치원은 육아학비 6만원과 방과후과정비 5만원 등 11만원이다.

사립 유치원은 이를 받아 인건비 등으로 사용해왔다. 지난해 교육청이 유치원에 지원한 누리과정 예산은 월평균 410억원이었다.

이날 예산이 미지급됨에 따라 각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교육비 등의 납부를 요구하거나, 자체적으로 대책을 세워 유치원을 운영해야 한다.

이날 경기도교육청 담당부서에는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된 게 맞느냐”는 유치원 학부모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의회 예산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유치원 분은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돼 유보금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난감한 입장을 털어놨다.

◇ 의회에 재의 요청…삭감된 유치원 예산 살려 지원

서울시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 전남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의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에 따라 현재 확보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은 ‘0원’이다. 전혀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남교육청은 전남도의회에 삭감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82억원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재의를 요청했다.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598억원 전액을 삭감당한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재의를 요구하라는 지침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4일 기자들과 만나 “광주시의회가 적극적으로 공감해준다면 유치원(누리과정 예산)은 추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

장 교육감은 “학부모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희로서는 어떻게 대안을 마련하기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의회에 재의를 요구하라고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서울시의회에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재심의를 요구할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애초 재의 요구 방침이 정해진 것처럼 알려졌으나, 교육부가 교육청에 반복해서 예산 재심의를 압박하면서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누리예산을 삭감한 시의회의 입장이 아직은 매우 완강한 상황으로, 재의 요구의 실효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의 요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3개 시도교육청의 재의 요구가 의회에서 받아들여 지지 않거나, 재의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경기지역과 같은 유치원 보육혼란이 이들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 어린이집 보육혼란도 ‘초읽기’ 돌입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0원’인 곳은 7곳이다. 서울, 경기, 세종, 강원, 전북, 광주, 전남 등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유치원과 달리 학부모들이 매월 15일을 전후해 카드로 보육료를 먼저 결제하면 카드(아이행복카드) 운영기관이 20일께 각 어린이집에 보육료를 지급한다.

이 카드 운영기관은 이어 다음달 10일께 보건복지정보개발원으로부터 결제 대금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정보개발원은 이 예산을 도교육청→도청→시·군을 거쳐 받는다.

이에 따라 7개 시도교육청이 예산이 없는 만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도청에 전출하지 않으면 카드 운영기관은 보건복지정보개발원으로부터 카드결제 금액을 받을 수 없어 역시 보육혼란이 이어질 상황이다.

다만, 카드 운영기관이 어린이집에 보육비 등을 지원한 뒤 보건복지정보개발원으로부터 결제 대금을 청구할때까지 1개월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당장 어린이집 보육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어떻게 하라고…” 학부모 및 학원 걱정·불만 고조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의 교육·보육비 지원이 일부 지역에서 현실화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산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조만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매월 자녀 1명당 20여만원에 달하는 보육·교육비를 자비로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만 4세 자녀를 둔 경기도의 박모(36)씨는 “매월 지급하던 22만원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정부에서 내 돈을 빼앗아 간다는 느낌이 든다”며 “사립유치원비도 만만치 않은데,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할 바에 10만∼20만원을 보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네 살 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직장맘 서모(36)씨도 “정치적인 공방만 계속되고 있는데 영유아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이 정말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며 “만약 그렇다면 총선에서 학부모들이 가만 절대 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만약 1∼2월 이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단 퇴원 사태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당장 인건비와 교재비 등을 충당하지 못해 유치원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설마 지원이 중단되겠느냐’는 의구심 섞인 문의가 많아 별일 없을 것이라고 다독이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유치원도 마찬가지”라며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다투기만 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지난달 31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감들을 직무유기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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