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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 증언에 日고교생들 ‘충격’

근로정신대 할머니 증언에 日고교생들 ‘충격’

입력 2010-09-01 00:00
업데이트 2010-09-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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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30분 종로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회의실.

 일본 세이조(成城) 고등학교 학생 27명이 둘러앉아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조선여자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정주(80) 할머니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이 위원회를 찾은 건 일본 고등학교의 한 역사 교사(30.여)가 학생들이 한일 관계를 좀 더 잘 알고 양국 역사 문제에 관심을 두게 하려는 차원에서 현장 체험 3박4일 기간에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고교 교육과정을 보면 1학년은 근·현대사를 거의 배우지 않고 2학년 때 1900년대 초반까지 역사만 공부하는 탓에 상당수 학생이 현대사와 한일관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고 인솔 교사가 전했다.

 1945년 2월 일본 도야마(富山) 후지코시(不二越) 군수공장에 징용됐던 김 할머니는 강제 동원 사실을 증명하는 각종 자료,신문을 챙겨와 내내 떨리는 목소리로,때로는 언성을 높여가며 당시 경험을 생생하게 얘기했다.

 “공장에서 일할 때 제 키가 작아서 사과궤짝 두 개를 놓고 큰 기계에 (올라서서) 일을 했어요.12시면 점심밥이라는 것이 식빵 하나였고.화장실 가는 데도 서른 일고여덟 먹은 남자가 따라왔어요.늦게 나오면 공장 책임자가 발로 차고 뺨을 때렸어요”김 할머니는 2차대전 무렵에 야간 공습으로 한국인 여성이 비참하게 죽어간 모습을 떠올릴 때는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매일 밤이면 한두 번 비행기가 공습했다.이불을 둘러쓰고 도망갔는데 폭탄이 터지면 어디로 넘어지는지 모르고 논두렁,밭두렁,냇가에 쓰러졌다.냇가에서 임신한 여자가 배 터져 죽어 있는 걸 눈으로 다 보고 왔다”고 회고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인 선생님이 언니한테 보낸다고 거짓말하고서 끌고 갔어요.일본 정부가 다 도둑놈입니다.열두 살 먹은 애들을 데려가 고생시켰으니 분통이 풀리지 않습니다”라며 일본 정부의 속죄와 보상을 요구했다.

 “일본 사람들은 마땅히 한국에 사죄하고 보상을 해야 해요.우리 개인한테는 일본 정부가 돈을 줘야 합니다.학생들이 일본에 가서 불쌍한 할미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주세요” 굳게 입을 다문 채 김 할머니 이야기를 새겨듣던 학생들은 종이에 증언 내용을 부지런히 적었다.

 일본 정부한테서 어떤 사죄를 받고 싶고 이후에 일본이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월급도 받지 않고 강제동원돼 어디에 살면서 공장에서 얼마나 일하고 어떤 걸 드셨는지 등을 질문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오늘 들은 증언은 전부 태어나기 전 이야기이고 처음 들어서 매우 충격을 받았고 놀랐다.놀라서 몸이 떨리는 게 멈추질 않는다.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린다.저희에게 공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솔 교사는 “학생들에게 놀랄 만한 경험이었을 거다.학생들이 근대사,역사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이날 프로그램을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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