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고 느껴 본 숲속 동물들의 생태
“산들은 점판암에서 형성된 섬세한 주름과 능선이 마치 사포질이라도 당한 듯, 뾰쪽한 바위 하나 없이 매끈하고 우아한 습곡으로 조각돼 있었다.”만년설로 뒤덮인 봉우리 아래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위를 노니는 양떼와 양치기. 얼핏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올리게 하는 대자연의 축복 속에서 여름 한철을 보낸 젊은이는 훗날 세계적인 생태주의자가 된다.‘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에라 클럽의 창시자 존 뮤어(1838∼1914년).
그는 젊은 시절 미국 캘리포니아 시에라 산맥에서 직접 목축을 하고 산행을 하며 겪은 그 순연한 자연체험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나의 첫 여름-요세미티에서 보낸 1869년 여름의 기록’(김원중·이영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앨도 레오폴드의 ‘샌드 카운티 연감’과 함께 미국 생태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저자의 글은 풀빛 수정처럼 빛난다. 마치 친구의 소식을 전하듯 숲속 동물의 생태를 조근조근 전해준다. 그에 따르면 쥐라기보다는 다람쥐에 가까운 숲쥐는 너무나도 접근하기 쉬운 ‘선의(善意)의 동물’이다.
또 영리하기 짝이 없는 더글러스다람쥐는 성미급한 ‘허영심의 화신’이다. 이 같은 묘사는 물론 자연과 한몸을 이룬 자만이 가능한 것이다.
2004년 4월21일 존 뮤어의 생일을 맞아 캘리포니아주는 이날을 ‘존 뮤어 기념일’로 정했다.25센트 동전에 캘리포니아 주가 요세미티 계곡과 하프돔을 조망하고 있는 존 뮤어를 새겨넣은 것 또한 의미심장한 일이다.‘야생지의 선지자’ 아니 ‘우주의 시민’이라고 해도 좋을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보호론자 존 뮤어. 그가 우리에게 주는 자연사랑의 교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1만 3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2008-04-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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