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미술관 속으로] (28) 산은캐피탈 ‘미완공간+무한공간’

[거리 미술관 속으로] (28) 산은캐피탈 ‘미완공간+무한공간’

정은주 기자
입력 2007-05-09 00:00
수정 200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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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산은캐피탈 앞마당에는 화강암 원기둥(35×7×3.5m)과 삼각형(35×7×6m)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류조각가 정보원씨가 1994∼1995년에 제작한 ‘미완공간+무한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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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원래 이 작품을 ‘유한공간+무한공간’으로 기획했다. 나란한 원기둥은 아늑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날카로운 삼각형은 무한대로 뻗어 나가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원기둥 두 개를 완성하고, 세 번째를 세울 때 작가는 작품 제작을 멈췄다.

“원기둥 조각을 돌바닥에 올려 놓았더니 ‘원기둥을 왜 만들다 말았느냐. 위험하지 않느냐. 빨리 완성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미완작품이 관람객의 호기심, 흥미를 자극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대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절단면도 울퉁불퉁하게 표현,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원기둥이 외부 충격으로 무너져 내린 듯 보인다. 작품이름도 미완공간+무한공간으로 바꾸었다.

옆에 앉아서 바라 보면 삼각형이 무한공간을 상징함을 깨닫는다.90도로 깎아진 면과 45도로 기운 면이 만나 선을 이루고, 그 예리한 선이 끝없이 뻗어 하늘과 맞닿는다. 비상하는 새처럼 날렵하다.

작품은 물이 완성한다. 작가는 물도 작품의 재질이라고 소개했다. 부제도 ‘물이 있는 휴식 공간’이라고 정했다.

작가는 “고정된 조형물에 물이 흐르면 움직임이 느껴진다. 정적이던 작품이 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라면서 “물이 자연을 상징한다.”고 했다. 흐르는 물이 산과 바다를 연상시켜 도시에서도 자연을 음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연은 물길에서도 발견된다. 작가는 오른쪽과 왼쪽의 물길을 반대로 설계했다. 미완공간(원기둥)에는 중앙에 물길을 놓았지만, 무한공간(삼각형)에는 물길이 외벽을 감싸고 있다. 볼트와 너트처럼 딱 들어 맞는 짝이다. 작가는 “수로를 대비해 음양의 조화를 표현했다. 다른 것을 포용하는 자연의 깊이를 도시 건축 공간에서 느끼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100% 즐기는 비법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작품 곁에 놓인 자연석에 앉으면 원기둥 그늘이 따가운 햇볕을 막아 준다. 흐르는 물을 따라 시원한 바람도 솔솔 불어 온다. 작가의 바람대로 자연이 발밑까지 다가와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7-05-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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