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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소동 코끼리 속죄의 ‘재롱’

탈출소동 코끼리 속죄의 ‘재롱’

입력 2005-06-14 00:00
업데이트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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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월드’ 사육장. 지난 4월20일 집단탈출 소동을 빚었던 미증유의 사건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까맣게 잊혀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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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도심으로 탈출해 큰 소동을 일으킨 서울 광진
지난 4월 도심으로 탈출해 큰 소동을 일으킨 서울 광진 지난 4월 도심으로 탈출해 큰 소동을 일으킨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공연장의 말썽꾼 ‘뻥’이 테마 쇼에서 축구공으로 슈팅을 하고 있다.
관람객 가운데 1명이 골키퍼로 나서 풍선으로 만든 골문을 지키지만 발목을 이용한 슛의 강도가 ‘장난’이 아니어서 관중석으로부터 탄성을 자아낸다. 시민들을 놀라게 한 것에 대해 속죄하는 뜻으로 세 차례 무료공연을 갖기도 했던 코끼리 9남매는 수의사 등 관리자들의 보살핌 속에 이국에서나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테마쇼 관람객 장사진

정문쪽 환경연못 옆 공연장 입구에서는 “코끼리와 함께 멋진 추억을 남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하루 4∼5차례 펼쳐지는 테마쇼의 3회 공연이 다가오자 매표소엔 입장권을 사려는 손님들로 길게 장사진을 쳤다.

코끼리 등에 올라 100여m 길이의 공연장 바깥을 한바퀴씩 도는 트래킹 코스에는 아이들이 ‘V’자를 그리며 찰칵찰칵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라오스에서 온 조련사들은 코끼리 목에 타고 발을 구르는 등의 신호로 속도를 조절하며 ‘안전운행’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트래킹을 마친 이들은 높이가 2m 넘는 하차장에서 아쉬운 듯 한번 더 소중한 추억을 앵글에 담기도 했다.

축구 경기장처럼 관중석(902석)을 갖춘 4각형 공연장에는 유모차 행렬이 길어지나 했더니 5시10분 코끼리 쇼가 막을 올렸다. 공연장 한쪽에 쳐진 빨간색 커튼을 헤집고 주인공인 코끼리 9마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코를 도넛 모양으로 말아올리는 인사로 상견례를 가진 뒤 무대 뒤로 사라졌다.

물구나무 서기에 박수갈채

관객들이 관중석 앞을 지나는 코끼리에 당근을 먹이로 건네는가 하면 더러는 지폐를 팁으로 주자, 코끼리들은 코를 뻗어 낚아올린 돈을 등 뒤로 넘겨 주인인 조련사에게 바쳤다. 일곱살 먹은 막내 ‘탬’이 첫번째 무대를 장식했다. 국기 게양대에서 코를 빙빙 돌려 태극기를 게양하자 260여명의 관객들이 갈채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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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테마쇼에서 농구대를 놓고 3점 슛을 쏘고 있는
코끼리 테마쇼에서 농구대를 놓고 3점 슛을 쏘고 있는 코끼리 테마쇼에서 농구대를 놓고 3점 슛을 쏘고 있는 막내 ‘탬’. 공이 백보드를 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멋진 슛을 날린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아기 코끼리들이 물감을 묻힌 붓으로 꽃을 그리는 재주를 선보인 데 이어 훌라후프 돌리기와 물구나무 서기 등의 묘기를 부리는 모습에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자 코끼리들은 앞발을 들어올리며 ‘만세’를 불러 화답했다.

풍선 터뜨리기, 코끼리 피라미드에 이어 지난번 탈출소동의 주범인 ‘뻥’이 출연하는 ‘누워 있는 사람 타넘기’ 순서에서는 관중석이 숨을 죽였다. 앞발과 코로 관중석에서 뽑힌 3명의 출연자를 톡톡 쳐가며 탐지한 끝에 무사히 인간장벽을 뛰어넘자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코끼리와 축구하기,‘코끼리와 빨리 달리기’ 등 관객이 함께하는 순서에서는 상품도 주어졌다.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깜짝 쇼’도 마련됐다. 농구 골 묘기에 가서는 갑자기 맏이 ‘탐’이 절뚝거리며 쓰러졌다. 쇼 진행자 이홍규(27)씨가 식은땀을 흘리며 왔가갔다 하더니 ‘뻥’이 나와 주사를 놓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쇼의 한 장면임을 관객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쇼는 6시쯤 거북이의 인기곡 ‘빙고’에 맞춰 거구를 흔들어대는 댄스파티로 끝났다.

난입 식당엔 오히려 손님 부쩍 늘어

공연장은 코끼리떼 대탈출 뒤 지난달 10일 재개장한 지 30여일을 맞았다. 그러나 사건 당시 코끼리들이 난입해 집기를 부쉈던 인근의 한 삼겹살 식당은 리모델링을 해 ‘코끼리가 들어온 집’이라는 간판을 달아 인기를 끄는 바람에 손님이 북적대는 등 때아닌 대박으로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몸무게 800㎏∼1.5t인 코끼리들은 주식인 옥수수 건초와 영양식인 ‘알팔파’ 등 한 마리가 하루 40∼50㎏씩 먹어치우며 건강하게 지낸다.‘코끼리 월드’ 문병진 실장은 “코끼리 때문에 갈비뼈를 다쳤던 시민은 완쾌됐지만 정밀검사를 한번 더 해줄 계획”이라면서 “그러나 코끼리는 코를 이용해 1t 이상의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코를 휘둘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등 뒤에 코끼리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피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02)3437-5959.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5-06-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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