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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외교관 고영환씨 1문1답

귀순 북한외교관 고영환씨 1문1답

박홍기, 김재순 기자
입력 1991-09-14 00:00
업데이트 199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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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도 개혁 외풍… 5년 버티기 힘들것”/“사상 나쁘다” 심한 감시… 소환 위기 처해 탈출 결심/지난 5월 서울에… 가족 신변 염려 “발표연기” 부탁/핵 개발 될때까지 국제사찰 안받을듯/개방 조류… 경제·식량난에 심각한 고민

『남한주민들의 밝고 자유스러운 생활모습과 건설·자동차공업등이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콩고주재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북한외교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귀순한 고영환씨(38)는 13일 내·외신기자 2백여명 앞에서 귀순동기와 경위,북한의 실상등을 낱낱이 밝혔다.

­귀순동기는.

『지난해 7월 김정일의 지시를 받고 파견나온 2등서기관에게 두달남짓 감시를 받던 터에 평양쪽에서 「사상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또 소련에서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신사고에 따른 정치적·경제적 변화가 일어난데다가 알바니아사태까지 빚어져 나의 사고에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귀순경로는.

『평양소식 이후 신변의 위협을 느끼던중 지난 3월2일 「유엔관련회의에 통역 안내를 맡아야 하니 평양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고 한쪽에서는 돌아가면 「통제구역」으로 쫓겨난다는 얘기도 들려 콩고를 떠나 국경에서 지니고 있던 돈으로 사람을 사 국경을 넘었다』

­현재 북한에서의 외교관의 생활과 지위는.

『북한에서는 외교관이란 외국에 나가 돈을 벌 수 있고 외국구경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 최고로 선망하는 직종의 하나이다.물론 경제적으로 국가에서 아파트를 지급 받고 포도주와 담배등의 「보따리장수」로 외국돈을 비교적 많이 만질 수 있다.월급은 1등서기관의 경우 3백50달러,대사관(대사)은 4백50달러로 북한내에서는 높은 월급이지만 제3국대사관이 2천달러이상 받는 것과 비교하면 창피할 지경이다.최근에는 김정일이 외화가 없다는 것을 핑계로 대사관 예산 가운데 10%를 삭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급은 3백50달러

­남·북한통일문제에 대해.

『북한의 고위간부들은 70년대부터 80년초까지 통일은 김일성주석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남조선당국은 대화의 상대자가 되지않는다고 여겨왔다.따라서 남조선의 야당,「전민련」등의 재야등을 대화의 상대자로 고집해온 것이다.그러나 80년대말부터 북한고위 간부들은 통일의 장애가 남조선과 미국만의 탓이 아니라 서로의 주장만을 옳다며 양보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있다.덧붙여 앞으로 남북관계는 윤기복조국통일평화위원장이 경제전문이기 때문에 학술·체육보다는 경제관계를 우선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일 수교 목적은 돈

­최근 소련정세의 변화가 북한의 대외정책에 미친 영향은.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신사고정책 발표이후 북한 정책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일본과의 수교 목적이 개방보다는 일본으로부터 1백억 달러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아 경제난을 타개하고 체제를 강화하려는데 있으며 독일·프랑스등 EC국가나 태국·말레이시아등 동안아국가와의 관계강화도 불리하게 진행되고있는 국제관계를 타개하려는데 주목적이 있다』

­지난 87년 대한항공기 사건에 대해 알고 있나.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에는 믿지않았으나 국가보위부 고위층의 연락을 받고 알았다.

당시 고위층으로부터 노동자·농민의 국가에서 어떻게 노동자가 탄 KAL기를 폭파시킬수 있느냐며 KAL기사건은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각국에 호소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최근의 소련 상황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입장은.

『소련과의 관계는 정치·군사적 실리를 얻으려는 것이 북한의 기본 입장이다.그러나 소련내 강경파들에 의한 쿠데타가 「3일 천하」로 끝나버리자 매우 당황,이제는 소련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최근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 북한과 중국관계는 6·25를 통해 피로 맺어진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이후 남한과 중국의 교류가 확대되고 한·중 수교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에 대해 이념적 동맹관계를 내세워 중국을 붙들어 두기위해 애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가 북한의 개방 여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생필품 부족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외부세계로부터의 개혁바람등으로개인적으로 앞으로 5년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북한의 고위층들도 조금씩이나마 개혁·개방의 필요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개방된다면 어떤 식이 될것으로 보는가.

『극한 상황에서 체제 자체가 와해될 경우도 생각할수 있으나 그 보다는 현재로서는 당이 모든 정책을 주도하면서 점차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중국식 개혁정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재 북한사회 내부에서 조금씩 개방의 조짐들이 엿보이고 있으며 결국에는 경제적 개방이 정치적 개방으로 이어질 것을 확신한다』 ○중국식 개혁 가능성

­북한의 유엔가입결정 배경은.

『국제 정세가 날로 북한에 불리해지면서 국제무대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유엔가입을 결정했으나 유엔가입후에도 종전의 「하나의 조선」정책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핵시설 규모와 핵사찰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50년대말 김일성대학에 처음 핵물리학과가 개설된 이래 점차 남한의 경제·군사력이 성장하는데 위기를 느껴 이에 대한 대안으로핵무기 개발에 주력해 왔다.최근 핵사찰에 응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일뿐 결코 핵사찰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기본입장이다』

­북한에 영변말고도 다른 핵시설이 있는가.

『그 문제는 북한당국내에서도 극히 일부의 고위층만이 알 뿐이며 영변말고도 몇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소는 모른다』

­가족들의 소식은 알고 있는가.

『귀순할 당시 콩고에 남기고 온 아내(35)와 둘째아들(6)을 비롯해 평양에 살고 있는 어머니(68)등 가족들의 신변에 닥칠 위험 때문에 마음이 괴롭다.

그동안 가족들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해 귀순 사실을 발표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제는 가족들이 내 뜻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박홍기·김재순기자>

□고영환씨 신상명세

○출생지:자강도 강계시 서산리

○주 소:평양시 평천구역 새마을2동 21반 무력부아파트2층2호

○직 채: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참사대우)

○성 명:고영환,38세(53년7월14일생)

○학·경력

­72.8 평양외국어학원 불어과 졸업

­77.8 평양외국어대학 3학부 불어과 졸업

­79.6 외교부 동아프리카담당 보조지도원

­80.6 주자이르 북한대사관3등서기관

­84.12 외교부 아프리카 담당국 지도원

­87.7 외교부 아프리카 담당국 과장

­88.11 주자이르 북한대사관1등서기관

­90.12 주콩고 북한대사관 1등 서기관(참사대우)

○기 타

­노동당 당원(80년8월 입당)이며 불어에 능통

*재북시 북한방문 불어권 국가수반 및 대표단 통역·안내

□가족관계

관 계 이 름 직 업 비 고

처 김연옥(35) 콩고 거주

자 고은정(9) 인민학교 2년 평양 거주

자 고경림(6) 콩고 거주

부 고필용(72) ·개성시 인민위 부위원장

·자강도 출하도매사업소 지배인

모 문기섭(68) ·무평양거주

형 고방남(47) ·강계국방대학 로켓발동기학부졸

·만경대 약전기계공장

(지대함미사일)설계기사〃

형 고영철(42) ·평양방어사령부

정치지도원(소좌)

·당재정경리부4국(건설담당)

지도원〃

제 고영송(35) ·인민경제대 졸업

·평남 증산군 3대혁명소조

지도원〃

누 나 고춘희(49) ·평양시 915탁아소 보모

매 부 전승이(49) ·당 조직지도부 과장 89년사망

매 고명희(32) ·인민군 출판사 교정원

매 부 설철범(33) ·인민무력부 보위국 지도원
1991-09-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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