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白圭,백옥의 티)를 세번 반복한다
‘논어’ 선진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남용(南容)이 백규 시를 하루에 세 번 반복하여 외우니 공자께서 자신의 형님의 딸을 그의 아내로 삼도록 했다.” 남용은 춘추시대 공자의 제자. 그가 외운 시는 “흰 구슬에 난 흠은 그래도 갈 수 있지만 말에 난 흠은 어찌할 수가 없구나(白圭之 尙可磨也 斯言之 不可爲也)”라는 내용으로 ‘시경’에 실려 있다. 이 시는 본래 위나라 무공이 여왕을 풍자하고,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해 지은 것. 남용이 이 시구를 하루에도 세 번씩이나 되풀이해 읊었다고 하니 말을 신중하게 하기 위한 그 노력이 눈물겹지 않은가. 얼마나 가상했으면 공자가 자기 조카딸을 아내로 삼게 했을까.이런 고사를 초들어 말하는 것은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이 말을 너무 가볍게 하지않나 하는 우려에서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최근 ‘개성 춤판’의 여진이 여전한 가운데 또다시 정제되지 않은 정치언어를 쏟아내 뒷말을 낳고 있다.“개각 과정서 드러난 김승규 국정원장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 국정원장 자격으로 얻은 정보로 자기 주장을 펴고…” 일각에선 김 의장의 이런 ‘호통’이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386간첩사건은) 고정간첩이 연루된 간첩단사건이 확실하다.…”라는 말을 겨냥한 것이라는 자의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어찌됐건 김 의장의 발언이 그리 적절치 못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회지도급의 공인이라면 삼복백규는 고사하고 일복백규라도 해 말을 아끼는 습관부터 들여야 할 것이다.
jmkim@seoul.co.kr
2006-11-0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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