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희망 채워 다시 올게요”

“21세기 희망 채워 다시 올게요”

입력 2009-01-03 00:00
수정 2009-01-0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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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4000회 고별 무대

뮤지컬 ‘지하철1호선’이 지난달 31일 밤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막을 내렸다.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독일 그립스극장의 작품을 번안,연출해 1994년 처음 공연한 이래 1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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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000회 운행은 정원을 초과한 객원 승무원(특별출연 배우)과 무임승차한 승객(초청 관객)들로 떠들썩한 잔칫집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초연 당시 주연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오프닝곡 ‘6시9분,서울역’으로 힘차게 시동을 건 공연은 방은진,황정민,장현성 등 스타 배우들의 깜짝 등장으로 열기를 더해갔다.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 있던 그립스극장 단원들과 설경구,김윤석 등 역대 출연진·스태프 100여명이 모두 무대로 나와 작품 속 노래를 합창하는 것으로 고별무대는 마무리됐다.

국내 최장기 공연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은 새롭게 올라갈 21세기 버전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1000회 공연 때 방한한 이래 매번 축하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온 폴커 루드비히 그립스극장 대표는 “서울의 ‘지하철1호선’은 더 이상 내 작품이 아니다.이 작품을 멋있게 만들어준 김민기씨에게 고맙다.”면서 “하루빨리 새로운 버전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그립스극장의 ‘지하철1호선’은 1986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1400회를 공연했다.

‘지하철1호선’의 시계는 지난 10년 동안 ‘1998년,서울’에 멈춰 있었다.하룻밤 첫사랑을 찾아 서울에 온 연변 아가씨 ‘선녀’의 눈에 비친 도시는 청량리 588 윤락가,노점상,외국인 노동자 등 자본주의 사회에서 밀려난 빈민층이 IMF 외환 위기 속에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그늘진 풍경이었다.‘지하철1호선’은 그러나 단순히 절망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밑바닥에서 희망의 빛을 건져올림으로써 한국 소극장 뮤지컬의 전범을 창조해냈다.

지난 시절을 배경으로 했어도 결코 낡은 풍경이 아니었던 ‘지하철1호선’은 아이러니하게도 제2의 IMF가 불어닥친 2008년 끝자락에서 운행을 멈췄다.‘이방인의 눈으로 본 서울’이란 기본 틀만 남고 몽땅 새 것으로 바뀔 21세기 버전은 이르면 2010년쯤 선보일 예정이다.소처럼 우직하게 한 길을 걷는 김민기 대표의 뚝심이 2000년대 서울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9-01-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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