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난 무대

물만난 무대

입력 2008-03-29 00:00
수정 2008-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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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물에 잠긴다. 새달 12일 개막하는 ‘소나기´(사진 위·5월5일까지·세종M시어터)에서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세찬 빗줄기가 쏟아진다. 공연 때마다 2t가량의 물이 배우들의 몸을 적신다. 비는 폭 1m50㎝, 길이 6m의 시냇물이 되어 무대 위를 흘러간다. 소년과 소녀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수줍은 설렘을 전한다. 물은 기울어진 무대 바닥으로 다시 감쪽같이 빠져나간다.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레이디 맥베스´(아래·4월13일까지)에서는 15도 경사진 벼루형 무대 아래 삼각꼴로 물이 차오른다. 이 웅덩이를 만드는 데 매회 700ℓ분량의 물이 쓰인다. 극의 마지막, 맥베스 부인은 물 속에 첨벙 뛰어들며 속죄의식을 치른다.“흐르는 물엔 모든 걸 정화시키는 힘이 있어.” 그러나 한태숙 연출은 “물은 정화의 도구로 쓰이지만, 부인의 죄의식은 밑바닥까지 씻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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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이지만 서정으로 남는 ‘소나기´

2004년 초연, 올해 다시 선보이는 뮤지컬 ‘소나기´는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 이번 공연은 남성그룹 빅뱅의 멤버인 승리(18)군이 주인공으로 출연해 청소년 관객층을 끌고 있다. 현재 전체 공연 26회 중 승리군이 출연하는 13회분의 티켓은 90% 이상이 팔린 상태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유희성 단장은 “2004년 초연에서는 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나 이번에는 순수하게 조명과 물의 효과를 이용하고 있다.”며 “5분간 비를 뿌려 배우들이 다 젖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수 처리한 무대는 조명으로 1∼2분 만에 말라 미끄러질 위험은 없다고. 배우들은 특수 제작된 무선 마이크로 라이브를 선사한다.

유 단장은 “‘레미제라블´‘오페라의 유령´‘캣츠´ 등은 문학작품에서 나온 명작 뮤지컬인 데 반해, 우리나라에는 국내 문학작품을 무대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며 “뮤지컬 ‘소나기´는 원작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70∼80년대 운동권으로 쫓기는 형의 이야기와 모성애 등을 첨가해 텍스트를 두껍게 했다.”고 설명했다.

# 꿈이었던가 ‘레이디 맥베스´

지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예술의전당이 기획·제작한 연극 49편 중 1000여명의 관객과 연극전문가들이 ‘레이디 맥베스´를 첫 손으로 꼽았다.6년 만에 다시 선보인 ‘레이디 맥베스´는 원래의 객석 대신 무대 위에 새로운 객석 300석을 쌓아올렸다. 관객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극에 쓸려들어갈 듯 몰입하게 된다.

‘레이디 맥베스´는 물, 진흙, 밀가루(반죽) 등 원형질의 재료를 사용해 신비감을 극대화한다. 배우가 70초 만에 진흙을 두드려 만드는 덩컨왕의 두상은 살아 있는 듯 처연하고, 밀가루 반죽이 뱀이 되어 배우의 몸을 휘감고 옥죄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한태숙 연출은 “밀가루의 하얀 가루는 순수함과 씻겨냄의 상징, 진흙은 오염되고 결백하지 않은 양심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혼신의 힘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중견 배우(서주희·정동환)들의 진중한 연기가 믿음직스럽다. 무대 뒤 장막이 걷히면 원래의 객석 위로 길게 길이 나 있다. 그 길을 오롯이 걷다 반쯤 뒤를 돌아보는 맥베스 부인의 시선이 관객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는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맥베스 부인의 첫마디처럼 “꿈이었던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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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최유희 서울시의원, ‘2026 양성평등정책대상’ 우수상 수상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3-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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