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일기] 온몸으로 사랑해요

[행복일기] 온몸으로 사랑해요

입력 2006-09-27 00:00
수정 2006-09-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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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신_종신서원 수녀이자 청각장애 특수학교의 새내기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현장 학습을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의 일이다. 장난꾸러기 지성이가 이영진 선생님 이름을 줄기차게 불러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정희가 놀렸다. “지성이는 이영진 선생님만 좋아해요.” “그래? 그럼 너는?” 이 선생님이 물었다. “나는 구명신 선생님을 좋아해요. 그리고 정수는 장혜진 선생님을 좋아해요. 개인지도를 해주잖아요.” 정희가 대답했다.

우리 학교는 세 명의 담임교사가 공동으로 학급을 운영한다. 교과 수업 후에는 각 교사가 아이들을 일대일로 개인지도를 해준다. 그래서 정희는 개인지도 선생님과 아이들을 연결해서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운동을 할 때에는 나도 같이 해주잖니.” 이 선생님이 묻자 정희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는 구명신 선생님을 가슴으로 사랑해요.” 뒷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던 나는 가슴이 뿌듯했다. 정희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머리로는 이영진 선생님을 사랑해요. 겨드랑이로는 장혜진 선생님을 사랑해요. 손으로는 김지영 선생님을 사랑해요.” 선생님들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선생님 한 분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신체 부위별로 사랑을 표현하는 정희가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정희에게 말했다. “정희야, 네가 선생님을 가슴으로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 선생님도 정희를 가슴으로도, 머리로, 겨드랑이로, 손으로, 그리고 온 몸으로 사랑해.” 그리고 장난기가 발동해 은근히 물었다. “그런데 만약에 나중에라도 선생님이 정희를 안 좋아하면 어떻게 할래?” 정희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나는 선생님을 가슴으로 사랑할 거예요!” 나는 정희를 힘껏 끌어안았다.





월간<샘터>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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