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 가족에도 말못할 고민 ‘요실금’

[굿모닝 닥터] 가족에도 말못할 고민 ‘요실금’

입력 2009-03-30 00:00
수정 2009-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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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풍채의 여성이 조심스레 진료실을 찾았다. 결혼 30년이 지났고 3명의 자녀를 둔 50대 여성이다. 남편은 정년퇴직했고 자녀도 모두 출가시켜 부부만 단란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여유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부는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인생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으려 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남편과 함께 스포츠댄스도 시작했다는 그는 이제 여행도 다니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여성에게는 가족에게조차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40대부터 시작된 ‘요실금’이었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빨리 뛰거나 심한 기침을 할 때만 가끔씩 소변이 샜고, 그는 나이 들면 으레 그러려니 여겼다. 하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졌고 요실금용 패드가 필요하더니 최근 2~3년 전부터는 계단을 내려오거나 종종걸음만 해도 소변이 새서 패드 없이는 바깥출입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해외여행도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 버렸다.

그는 전형적인 ‘복압성 요실금’ 환자였다. 분만 뒤 골반 근육의 약화와 골반 이완으로 요도가 처지거나 소변을 새지 않게 막아주는 요도 괄약근이 약해서 생긴다. 이 정도면 줄넘기를 하거나 배에 힘만 들어가도 소변이 절로 새어나온다.

요실금이 의심되면 병원을 방문해 골반검사를 받아야 한다. 어느 정도 소변이 새는지 점검하는 패드검사를 하고, 요실금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배뇨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요역동학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먼저 보존적 치료를 하는데 수분섭취를 조절하고 골반저근 운동이나 전기자극 치료, 체외자기장 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요도하부에 테이프를 걸어주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요실금은 많은 여성이 고민하는, 절대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 이런 고민을 떨치고 당당한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2009-03-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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