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향한 끝없는 열정… 연기 경력 187년의 ‘내공’을 만나다

예술 향한 끝없는 열정… 연기 경력 187년의 ‘내공’을 만나다

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입력 2025-12-23 00:44
수정 2025-12-23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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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 27일부터 공연

2차 대전 중 ‘리어왕’ 공연 막전막후
박근형 “노년의 인간적 고뇌 표현”
정동환 “내 이야기 하는 느낌 들어”
송승환 “두 분 연기 달라 재미있어”
“그만해, 그만하라고. 너 때문에 연기에 집중할 수가 없어!”

영국 셰익스피어 전문극단에서 평생 주연을 하며 왕 노릇을 해온 노배우 ‘선생님’은 오만하고 폭력적이며 매사에 불만이 가득하다. 그런데 공연 30분 전, 선생님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몸이 떨리지? 멈출 수가 없어. 어떻게 좀 해줘.” 멍하니 눈을 껌뻑이는가 하면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 와중에 밖에서는 포탄이 떨어지고 공습 경보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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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과 정동환(사진)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과 오만석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과 정동환(사진)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과 오만석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오는 27일부터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연극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어느 날 227번째 ‘리어왕’ 연극의 막이 오르기 직전, 혼란 가득한 극장의 막전막후를 다룬다. 극작가 로널드 하우드가 쓴 희곡은 1980년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고 영화와 TV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대배우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감과 공허, 극을 올리기 위해 무대 뒤에서 헌신하는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을 향한 헌사를 압축해 담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습실에서 미리 본 작품은, 한국 대배우들의 연기 내공까지 얹어져 또 다른 입체감을 전했다. 선생님 역할을 하는 정동환(76)은 미간을 움츠리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오만 가득한 얼굴을 만들다가도 한순간 늙고 유약한 표정을 드러내면서 불안한 상태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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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과 정동환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사진)과 오만석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과 정동환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사진)과 오만석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2020년 서울 정동극장 공연부터 지난해 세 번째 무대까지 선생님을 연기했던 송승환(68)은 이번엔 의상담당(드레서) 노먼을 맡았다. 변덕스럽고 괴팍한 선생님 옆에서 공연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할이다. 서늘한 연습실에서도 연기를 시작한 지 40분쯤 지나자 그의 목덜미에선 땀이 흘러내렸고, 한 시간쯤 후엔 회색 셔츠가 젖을 정도로 몰입했다.

“뭔가 좀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문득 노먼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송승환은 “두 ‘선생님’ 연기가 워낙 다르고 새로운 표현 방법을 갖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노먼의 반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연습이 매일매일 재미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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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사진)과 정동환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과 오만석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사진)과 정동환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과 오만석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새롭게 선생님을 연기하는 박근형(85)은 “나이 먹어 가니까 뭔가 놓친 것 같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져서 계속 작품을 하고 있다”면서 “(이 작품에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인간적인 고뇌 같은 게 있다. 우리가 어떤 조화를 이루었는지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환은 “연기를 할 때 ‘그 사람에 대하여’가 아니라 ‘그 사람으로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노쇠해져서 어찌할 수 없는 그런 처지에도 연기를 하려는 신념을 가진 인물, 이 사람은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이기도 해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은 다르다”고 덧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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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 정동환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과 오만석(사진)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나인스토리 제공
연극 ‘더 드레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영국 한 극단에서 ‘리어왕’을 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막전막후를 그린다.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노배우 ‘선생님’은 박근형 정동환이 맡았고, 그를 보필하는 의상담당 노먼은 송승환과 오만석(사진)이 열연한다. 평생 주연을 하다 삶의 끝자락에 선 선생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먼, 공연을 포기하자면서도 개막을 돕는 ‘사모님’(송옥숙·정재은 분) 등 배우들에게서 연극을 향한 이들의 헌신이 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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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은 67년, 정동환과 송승환은 각각 60년. 노배우 세 명의 연기 경력을 모두 합치면 187년이다. 또 다른 노먼인 오만석(50)도 데뷔한 지 27년이 됐지만 ‘선생님’들 앞에선 새파란 청년일 뿐이다. 이번 네 번째 시즌까지 참여하는 오만석은 “관객들이 두 ‘선생님’으로 휘몰아치는 파도 위에서 함께 즐겨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유정 연출은 “이 작품은 오로지 배우들의 합이 상승 효과를 만들고 깊이 있는 성찰로 이끈다”고 소개했다. 연극은 왜 존재하며 어떻게 버텨왔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다. 공연은 내년 3월 1일까지.
2025-12-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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