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性을 말하다

女性을 말하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4-27 17:52
수정 2015-04-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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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작가 ‘윤석남♥심장’展

“여성인 나의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76)은 “40세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다만 모든 희생을 감내하던 어머니의 삶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연구자들을 통해 1985년에야 페미니즘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감성만이 아니라 공부도 하고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도 하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높이 3m, 지름 2m의 거대한 핑크빛 심장 모양으로 설치된 신작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 앞에 선 작가 윤석남.
높이 3m, 지름 2m의 거대한 핑크빛 심장 모양으로 설치된 신작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 앞에 선 작가 윤석남.
그가 가장 먼저 화폭에 담은 소재는 39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6남매를 키워낸 자신의 어머니였다. 이후 30여년간 모성, 여성성, 생태,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시각화해 온 윤석남의 회고전 ‘윤석남♥심장’전이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설치 50여점·드로잉 160여점 전시

‘심장’이라는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윤석남의 식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의 마음이 담긴 50여점의 설치와 윤석남의 글과 그림이 담긴 드로잉 160여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어머니, 자연, 여성사, 문학이라는 4가지 주제로 서로 다른 연대의 작품들이 공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실제 시장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에 담은 ‘무제’(1982)를 비롯해 가족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손이 모자라는 어머니를 그린 ‘손이 열이라도’(1986) 등 초기 작품이 선보인다. 버려진 나무를 주워 와 영감을 끌어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한 여성이 머리에 큰 고래를 이고 물고기 떼를 이끌고 가는 모양의 설치작품 ‘어시장’(2003), 10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거두어 기르는 이애신 할머니의 삶에 영감을 받아 만든 ‘1025: 사람과 사람 없이’(2008) 등은 생명을 포용과 치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윤석남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누군가 사용하고 버린 너와를 우연히 얻어 그 결을 살려 여성들을 그린 작품들에서 그의 독특한 조형감각이 빛을 발한다.

●역사 속 여성 3명의 삶 표현 ‘눈길’

“여성주의를 항상 마음에 품고 살았다”는 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 외에 통시적으로 재능이나 발언을 억누른 채 살아야 했던 역사 속 여인의 삶을 재해석하는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두 여인이 과장되게 늘어난 팔을 뻗고 있는 나무 부조작품 ‘종소리’(2002)는 시와 노래에 능했던 조선시대 기생 이매창과 작가가 푸른 종을 흔들며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는 자기 재산을 팔아 굶어 죽어가던 제주도민을 위한 구휼미를 제공했던 조선 정조시대 거상 김만덕을 기리는 작품이다. 작가는 “김만덕의 삶을 생각하면 너무 감동스러워 눈물이 난다”며 “전 재산을 털어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일은 남성거상도 할 수 없었던 일로, 한 여성의 이타적 삶을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조선 중기 여류시인으로 27세로 요절한 허난설헌과 이매창의 삶을 기리는 설치작품도 새롭게 선보였다.

999개의 작은 여성목상을 설치한 ‘빛의 파종’(1997)에 대해 “완벽수 1000에서 하나가 부족한 것은 여성의 삶이 아직은 완전하게 평등을 얻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이번에 역사 속 여성 3명의 삶을 작품으로 선보였지만 아직도 수없이 많은 여성의 삶을 캐내어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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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4-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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