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제 살리자”…출판·도서유통계, 제도보완에 주력

“정가제 살리자”…출판·도서유통계, 제도보완에 주력

입력 2014-11-19 00:00
수정 2014-11-1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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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 예상되지만 좋은 책 만들려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

21일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책값 인상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출판·도서유통업계가 19일 자율협약식을 통해 제도 취지의 적극적 실현과 보완 의지를 천명한 것도 이 같은 소비자 반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업계는 모처럼 공정한 경쟁과 건전한 출판문화 조성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제도 취지를 살리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은 이날 출판문화협회 회관에서 열린 협약식에서 “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시장 혼란 가중과 문제점 노출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가제는 독자들이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노력 대신 좋은 책을 찾도록 하고, 출판사 또한 좋은 책을 만드는데 집중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업계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이번 정가제 자체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도서정가제라고는 하지만 15% 할인을 인정함으로써 명목상으로도 완전한 정가제가 아니다.

또 15% 이내로 일괄적인 할인 폭 규제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경품과 배송료 및 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등 회피행위에 무력할 수도 있다. 외국간행물, 중고간행물이나 판매중개업자에 대한 분명한 규정과 규제 장치가 없다는 점도 제도의 허점으로 꼽힌다.

업계의 자율적 의지와 공동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기존 관행의 폐해가 계속되고 제도 취지는 무력화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대행은 “출판대국들의 경우 정가제를 뒷받침하는 오랜 이력과 철학을 가진 출판 및 유통업체들이 있지만, 우리의 경우 이를 지켜나갈 주체가 허약하고, 사회적 뒷받침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세상의 큰 일은 항상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만큼 의미있는 시작으로 봐달라”며 “과도한 할인으로 그간 갈등을 빚어온 범 출판계가 경쟁보다 상생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 국민독서 확대를 이끌어낸다면, 책 읽는 대한민국을 창출하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입장에서 보면 지난 7년간 공전해온 도서정가제 논의의 결실을 본 것 자체의 의미도 적지 않다. 조율 과정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고된 ‘산파’ 역할을 했다.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기적적으로 작은 합의나마 이뤄낸 것”이라며 “앞으로 사회적 관심 속에서 논의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향후 정가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의 대응은 문체부와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출판유통심의위원회, 민간 자율기구로 구성된 ‘자율도서정가협의회’가 맡게 된다.

’사재기’ 등 행위를 감시해온 출판유통심의위는 애초 한국출판인회의 산하에 있다가 지난 7월 법개정에 따라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로 옮겨졌으며, 권한과 처벌 조항도 강화돼 실효성을 높였다.

자율도서정가협의회는 추후 재정가 등 행위에 관한 자율 규정 마련과 위반시 제재 등을 논의하게 된다.

업계는 자율협약을 통해 향후 정가제 정착 과정에서 이들 기구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출판과 유통 주체 사이의 엇갈리는 이해관계 조정 등은 이들이 넘어야 할 과제다.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과 중소서점 간 이해가 갈리는 공급률, 즉 도매가격 조정 문제에 관한 이견으로 일부 서명 주체가 이날 자율협약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공정경쟁 시장논리에 위배된다는 지적은 지속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고영수 회장은 도서정가제의 시장기능 훼손 가능성을 부각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를 언급하며 “정가제를 시행하는 독일과 프랑스 등 나라들의 도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이를 시행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언어권 규모의 한계 때문”이라며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문화권 보호의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율규제를 내세웠으면서도 도서정가협의회는 문체부 영향하의 공공기관 산하에 둘 수밖에 없었던 점은 업계의 조정능력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협약식에 참석한 한국작가회의 관계자는 “사재기 등으로 인해 판매량이 요동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작가들의 집필 의지는 꺾이곤 한다”며 “업계가 역량을 모아 이번 정가제 도입이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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