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투병 작가와 평론가의 문우지정

간암 투병 작가와 평론가의 문우지정

입력 2014-06-05 00:00
수정 2014-06-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복거일·김병익 ‘문학과사회’ 따뜻한 교감 눈길

‘돌이켜보면, 그도 알게 모르게 오디세우스의 행적을 따르려 했던 셈이다. 쓸모없는 지식들을 추구하고 ‘한가로운’ 걱정들을 하고. 하긴 그것이 그가 누린 특권이었다. 스스로 지식인이 되기를 열망한 사람들만이, 이 우주의 지도제작자들만이, 누리는, 누구도 물려주거나 건네줄 수 없는 특권이었다.’(200~201쪽)

간암으로 투병 중인 복거일(68) 작가가 최근 내놓은 장편소설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의 한 대목이다. 이를 두고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76)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은 이런 ‘댓글’을 달았다.

‘복거일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이 세상에서의 자기 평가. 내가 그를 알고 그의 글과 말을 읽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이 세상에서 받아 지닐 수 있었던 하나의 크고도 따뜻한 혜택이었다.’

최근 계간 ‘문학과사회’ 여름호(통권 106호)에는 편집자와 작가, 평론가와 작가, 학교 선후배 등으로 오랜 교분을 나눈 두 문인의 특별한 ‘문우지정’(文友之情)이 눈길을 끌었다. 복 작가가 보낸 소설 ‘한가로운’을 읽은 김 평론가가 애정 어린 독후기를 보내고 다시 복 작가가 화답한 서신이 계간에 실린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학과지성사 대표이던 김 평론가가 등단도 하지 않은 복 작가의 작품 ‘비명을 찾아서’를 출간해준 것.

지난 3월 김 평론가에게 소설을 보낸 복 작가는 다음 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곤 털어놓았다. 2년 반 전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일체의 치료나 시술을 거부하고 글쓰기에 전념한 이야기를 쓴 책이라고. 이 말을 듣고 단숨에 책을 읽어내려간 김 평론가는 존경의 헌사를 바쳤다.

“어떤 치료도 거절하고 나머지 주어진 시간을 글 쓰는 데 바치겠다는 그의 담담한 결연(決然). 이 때문에 그는 그 이후 글 쓰는 데 시간을 바칠 수 있었고 그의 병이 육체의 졸아듦을 좀 더 유예시켜 준 것은 아닐까. 그 초연함, ‘호모 스크립트쿠스’의 열정에 대한 나의 감동과 경의.”

이에 작가는 두 사람의 첫 인연에 대한 생생한 감회에 젖으며 감사의 편지를 건네왔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제 작품을 출간하고 싶다고 하신 선생님의 서한을 대전에서 받은 때가 스물일곱 해 전입니다. 제가 살던 아파트는 이십 년 전에 헐렸고 서울로 올라온 지도 십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만, 선생님 서한을 안식구에게 보여주던 당시의 들뜬 마음과 첫 졸작을 서점에서 보았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6-05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